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한복판에서 독극물에 피살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독극물 사용방식과 성분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언론과 말레시이시아 당국, 국내 정보당국 등으로부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김정남의 피살 과정과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 현지 경찰에 의해 공항 폐쇄회로(CC)TV까지 공개가 됐음에도 암살요원들이 어떤 도구를 사용해 김정남을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직접적인 암살 방법을 두고 얘기들이 엇갈리고 있다. 독침설이나 스프레이 분무설 등 추측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일단 암살 도구를 두고는 두 세가지로 압축된다. 지금까지 북한의 암살 전례들을 봤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한 독침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10~20㎝ 가량의 만년필이나 볼펜 또는 손전등으로 위장한 것들로, 암살 목표에 접근해 목 등 피부가 노출된 곳을 찌르는 식으로 사용된다.
스프레이설은 셀랑고르주 현지 범죄조사국 관계자가 “(용의자인) 여성들이 김정남 뒤를 낚아챈 뒤 얼굴에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렸다”고 말한 게 근거다. “액체가 묻은 천으로 김정남의 얼굴을 문질렀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도구가 무엇이든 치명적인 독극물이 사용됐을 게 확실시된다. 북한이 주로 암살에 사용하는 독극물은 ‘네오스티그민브로마이드(브롬화네오스티그민)’로, 이번 암살에도 이 물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공안당국 설명이다. 부교감신경흥분제인 이 물질은 10㎎만 투여해도 호흡이 정지되고, 심장마비로 즉사할 만큼 살상력이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1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살해하려다 구속된 간첩 안모씨는 북한 정찰총국에서 받은 다수의 독침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모두 네오스티그민이브로마이드가 들어가 있었다. 2011년 8월 중국 단둥에서 피살된 고 김창환 선교사 혈액에서도 같은 물질이 검출됐다. 간첩들이 자살용으로 사용하는 모노플루오르초산나트륨이라는 독극물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 대표는 “독극물은 북한 정찰총국에서 지령을 내리면서 준다”며 “최근 정찰총국이 라오스에 지사를 설립해 북한 밖에서도 충분히 독극물을 받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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