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법인노인요양시설 관계자들, 도의원 상대 무차별 로비도
경북지역 법인노인요양시설 관계자들이 경쟁관계인 개인노인요양시설에 대한 경북도의 예산 지원을 막기 위해 경북도의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로비를 한 사실이 경찰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경북 안동경찰서는 사설요양원 지원예산 삭감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박모(54) 경북도의원과 돈을 전달한 법인노인요양시설협회 부회장 A(58)씨, 로비 명목으로 거둔 특별회비를 횡령한 혐의(업무상횡령)로 전 회장 B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초 경북 문경시 A씨 사무실에서 사설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예산지원을 삭감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500만 원을 받았다가 같은 달 말에 되돌려주었다. 박 의원은 “돈봉투 같은 것을 주길래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 바로 되돌려주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해 8월까지 회장으로 재임한 B씨는 지난해 1월 사설요양시설에 대한 예산 지원을 막는데 필요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특별회비’ 4,700여 만원을 거둔 뒤 5월까지 4,400여 만원을 개인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 남은 300여 만원은 협회 운영비 등으로 지출했다.
A씨는 로비자금 명목으로 거둔 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게 되자 개인 돈으로 박 의원에게 5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법인노인요양시설 관계자 5명이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등 의원 12명을 차례로 만나 사설요양시설에 대한 예산지원 삭감을 청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 같은 청탁이 ‘김영란법’ 위반으로 보고, 경북도의회에 관련사실을 통보했다.
또 예결위에서 표결까지 가는 격론 끝에 사설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예산을 삭감 할 때 이를 주도한 도의원을 확인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채 3명을 형사입건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 부실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북도는 지난해 2017년 예산안에 법인노인요양시설 종사자 인건비 지원 명목으로 16억4,000만 원과 함께 사설요양시설에 대해서도 2억4,000만 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는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예결위에서 사설 지원예산 2억4,000만 원만 전액 삭감됐다.
지역 정가 관계자들은 “금품을 건넸지만 결과적으로 1단계 상임위 로비는 실패했고, 돈은 넘어가지 않았어도 2단계 예결위 로비는 성공한 셈”이라며 “정당한 민원인지, 부정한 청탁인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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