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약 밀매를 이유로 베네수엘라 부통령을 제재 대상에 올림에 따라 베네수엘라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제재로 수십 년째 이어져 온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영국 BBC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부통령에 대한 제재결정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에 공식 항의 문서를 전달하라고 외교부에 지시했다”며 “미국은 제재를 철회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공격”이라며 “강력한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주 베네수엘라 미국 대사 직무대행을 소환해 불법적 결정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타렉 엘 아이사미 부통령도 크게 반발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를 “제국주의자 공격”이라고 표현하면서 “비열한 도발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전날 아이사미 부통령을 마약 밀매업자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아이사미 부통령은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됐다. 재무부는 그와 가까운 기업가 사마르크 로페스와 로페스가 소유한 기업 13개도 같은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은 아이사미 부통령이 거대 마약 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국제 마약 밀매를 묵인하거나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부 관계자는 “수년 간 조사한 결과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베네수엘라가 음식을 구하기 힘들 정도의 경제적 붕괴 상황에 처해있는데 부통령 등이 위기 속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제재를 촉구해왔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줄곧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0년부터는 대사 교환도 하지 않았을 정도다. 반미노선을 계승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좌파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마약 밀매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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