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져 독일로 도피해 있던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차명 휴대폰으로 50여일 동안 무려 127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루 평균 2, 3회씩 연락을 주고받은 셈이라, 두 사람이 검찰 수사에 사전 대비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 심리로 열린 ‘압수수색ㆍ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사건 심문기일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 대리인은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이규철 특검보도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긴밀한 의사연락 정황을 포착,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차명폰 2개의 존재를 최근 확인했다”며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본인 명의로 각각 개통해 두 사람에게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내역 조회 결과, 두 사람의 연락 횟수는 지난해 4월 18일~10월 26일 570여회, 이 중 127차례는 최씨 독일 도피기간(9월 3일~10월 30일)에 이뤄졌다. 정황상 박 대통령 개헌 제안(10월 24일), 최씨 태블릿PC 보도 다음날 1차 대국민 사과(10월 25일) 등 초기 대응을 논의했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10월 30일 최씨 귀국이 박 대통령 ‘지침’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특검은 “2016년 10월 26일 대통령이 전화를 안 받자 최씨는 조카 장시호씨를 시켜 언니 최순득씨가 윤 행정관 차명폰으로 전화를 걸도록 했고, 박 대통령은 순득씨에게 ‘최순실에게 귀국하라고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삼성 뇌물’ 혐의 등과 관련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 입증 단서가 대통령의 차명폰에 담겨 있을 게 명백하므로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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