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보다 1만~1만5000원 저렴… “선주들이 직접 잡아 팔기 때문”
지난해 말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개통한 뒤 경북 영덕군 축산항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게맛을 볼 수 있는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강구항 북쪽 약 20㎞ 거리에 있는 축산항은 블루로드 중에 가장 인기가 높은 2코스 북쪽 끝자락인데다 죽도산등대 등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으로, 강구항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탓에 고속도로 개통 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축산항 주변에서 대게를 주로 판매하는 가게는 약 20여 곳. 강구항의 120여 곳에 비하면 크게 적지만 실속은 그만이라는 평가다. 고속도로 영덕톨게이트를 빠져 나온 차량이 길이 막히는 남쪽을 피해 북상하다 많이 찾는다.
축산항 일대 대게판매업소들은 모처럼의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가지상혼 근절과 친절서비스 향상 등 자구노력에 나섰다.
상인들은 우선 바가지상혼은 패망의 지름길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강구에 비하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 등을 최대한 활용해 찐 대게 1마리에 1만~1만5,000원 싸게 판매하겠다는 것. 최근 대게소비자 가격은 남획 등에 따른 어획량 감소로 포획 가능한 최소 크기인 체장(등껍질 앞뒤 길이) 9㎝ 짜리가 강구항에선 3만~3만5,000원, 이보다 큰 10㎝짜리는 6만~6만5,000원이나 한다.
축산항 상인들은 10㎝짜리 큰 대게를 5만 원 이하에 팔겠다고 가게 문에 써 붙이는 등 관광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나섰다.
김원주 축산면 지역발전협의회장은 “어떻게 같은 대게를 그렇게 싸게 팔 수 있냐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데, 대게 판매점 대부분이 선주들이 직접 대게를 잡는 어민들이기 때문”이라며 “중간마진을 없애 이 정도로 받아도 그냥 넘기는 것보다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주말마다 교통대란이 논란이 되자 주민들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다. 지역 청년들이 나서 자원봉사단을 구성한 뒤 교대로 주요 교차로에 나가 차량 안내를 하고 있다. 또 상습 체증지역에선 상인 등에게 안내전단지를 배포하고, 주차구역을 안내하고 나서 관광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그 동안 축산항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블루로드와 축산항, 죽도산 등 와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게는 울산 이북 해안선에서 3마일(약 4.8㎞) 이내 수심 200~400m의 연안에서 주로 잡은 연안산과 먼 깊은 바다에서 잡은 근해산으로 구분된다. 연안산은 체장 9~10㎝짜리가 대부분으로, 같은 대게라도 사할린산 등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 수심이 깊은 먼바다에서 잡은 것은 상대적으로 살은 많지만 단맛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