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김명훈 4단
백 한승주 4단
<장면 10> ‘패는 요술쟁이’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패싸움이 요술 구경하듯 재미있다’는 사람은 드물다. 패의 크기를 계산하고 그에 알맞는 팻감이 어디에 몇 개나 있는지 따지다 보면 절로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좌변 흑 대마 전체가 아직 미생이다. 귀에서 백돌 세 개를 잡았지만 백이 먼저 1에 두면 오궁도화 형태가 돼서 자체적으로 두 집을 만들 수 없다. 아래쪽으로 빠져 나가 좌하귀 흑진과 연결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흑의 입장에서는 1로 먹여쳐서 패를 만드는 게 최선이다. 이후 한참 동안 지루한 패싸움이 계속됐다. 간단하고 짧게 끝나는 패싸움도 많지만 이 바둑의 패싸움은 유난히 길고도 복잡하게 이어졌다.
일단 형태상으로는 대마의 목숨이 걸린 흑이 불리한 싸움이지만 서로 패감을 쓰는 과정에서 한승주가 큰 실수를 했다. 흑9 때 백10이 잘못이다. 이 때문에 패싸움이 길어졌고 백이 간단히 앞설 수 있는 길도 놓쳤다. <참고1도> 1로 몰고 2 때 3으로 따내야 했다. 흑이 4로 위쪽 패를 따내면 이제 그만 흑을 살려줄 셈 잡고 계속 5, 7로 빵빵 때린다. 그러면 흑은 <참고2도> 1로 두 집을 만들고 살 수 밖에 없다. 이때 2로 젖혀 중앙을 집으로 만들면 백이 훌쩍 앞서는 형세다. 흔히 ‘바둑은 져도 패는 이겨야 한다’지만 이는 하급자들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고수라면 당연히 ‘패는 져도 바둑은 이겨야 한다’. 한승주가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5 11 17 23 29 35… 1, 8 14 20 26 32 38… 2, 3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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