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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이 살아있는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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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이 살아있는 쇼핑!

입력
2017.0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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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쇼핑은 인간 내면의 다양한 심리를 건드리는 지렛대다. 미국 저널리스트 토머스 하인은 저서 ‘쇼핑의 유혹’에서 인간은 자신의 권위와 가치를 증명하는 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욕망에서 쇼핑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쇼핑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취향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음을 알리기 위해, 지루한 삶 속에서 리듬을 만드는 크리스마스 같은 이벤트를 축하하기 위해, 유행에 편승함으로써 집단에서 소외된다는 심리적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제품을 찾아 나 자신을 강화하기 위해…. 정신과 물질의 안락함을 유지하려는 욕망이 삶과 하나로 묶이는 것은 쇼핑을 통해서다.

고대 그리스의 시장인 아고라(Agora)는 현대인들이 들러도 편안하게 느낄 만한 공간이었다. 아고라의 목표는 풍요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주요 판매 상품은 식품이었다. 상품들은 각 전용구역에서 판매됐다. 살아있는 새나 물고기, 과일, 고기 등을 아침마다 한눈에 살펴보고 살 수 있었다. 소시지나 오믈렛을 즉석에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 파는 가게도 있었다.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은 길목에는 이발관이나 향료ㆍ약재상도 있었다. 당시 아테네 인구(약 5만명) 중 상당수가 아침마다 시장에 몰렸으니, 쇼핑객 숫자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적지 않았다.

고대 아고라를 따라 하는 듯이, 최근 백화점은 식품관을 확장하고 대형 쇼핑몰도 구조를 확 바꾸었다. 최고급 레스토랑, 옥상 위락공원, 온천, 헬스클럽, 영화관 등이 쇼핑몰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섰다. 최근에는 유기농 상품 매장과 응급의료시설도 등장했다. 특정 품목을 할인해서 파는 대형 전문 매장, 즉 ‘카테고리 킬러’는 유통 시장의 대세가 됐다. 패션 상품 시장은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고, 온라인 상점들의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대중 백화점들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상급을 지향하고 매장 내 상품구성도 배타적으로 하는 백화점들은 그나마 살아남지만,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면, 무엇보다 ‘편의(Comfort)’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 편의는 ‘함께 있음’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함께 있음’은 기회와 의무, 욕망이 한 곳에 모인다는 뜻이다. 편의는 결국 원활한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편의를 쇼핑에 도입하려면 쇼핑을 유발하는 ‘촉감’을 잘 이용해야 한다. ‘촉이 살아있는 쇼핑’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감촉은 종교와 연결된 감각이다. 종교라는 뜻의 영어 단어 ‘Religion’ 은 ‘결속하다, 연결하다’란 의미의 단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결합, 계약이란 개념은 촉각이란 감각과 연결돼 있다. 상점의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 자신이 독립했다는 느낌, 자율성을 느끼게 해준다. 자율성을 인간이 몸에 새길 있도록 해주는 것이 촉각이다. 촉각은 소비자와 판매자, 소비자와 상품, 소비자와 체험을 하나로 묶어내는 감각이다. 우리는 보고 듣는 것뿐 아니라 감촉을 통해 상품을 전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특히 의류는 시각적이면서 동시에 촉감적인 상품이다. 피부 안쪽에 닿는 질감과 느낌으로 의류를 평가한다는 얘기다.

11세기 이후 동ㆍ서양에서 촉각과 의류와 계급 의식은 하나로 묶여 있었다. 중국의 사치 금지령에 따르면, 귀족들만 흑담비로 만든 털옷을 입었다. 입은 느낌조차 나지 않는 매우 부드러운 털이었다. 반면 서민은 질이 떨어지는 거친 양털과 두더지 가죽에 만족해야 했다. 촉각은 요즘도 계급의 구분을 강화하고 정교화하는 감각이다.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촉각을 ‘전인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가에 쇼핑의 미래가 달려 있다. 상품 판매도 브랜드와 미학을 알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촉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제품과 일체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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