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것으로 14일 알려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 김정남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정당 대표 신분으로 방북했을 무렵 연락 채널 역할을 한 인연이 있다는 설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이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 재직 시절 북측과 주고받은 이메일 가운데 북측 이메일 발신자가 김정남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이 김정은의 최대 정적과 교감하고 있었던 셈이 된다.
주간경향이 지난해 12월 입수한 박 대통령과 북측이 주고받은 편지와 이메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02년 방북 뒤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당시 북한 최고 지도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측과 꾸준히 연락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005년 7월 13일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에서 “(김정일) 위원장님이 약속해 주신 사항들을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라거나 “재단과 북측의 관계자들이 협력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 드립니다”라고 썼다.
박 대통령과 김정일 간 서신 교류의 메신저는 다름 아닌 김정남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05~2006년 사이 오간 상당수 편지의 발신자가 김정남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박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쓴 친서는 유럽코리아재단의 장 자크 그로하 소장을 통해 김정남에게 전달됐고, 김정남이 직접 아버지 김정일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남이 남북 간 비선 메신저였던 셈이다.
김정남의 이 같은 행적이 그의 피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박 대통령이 편지에서 ‘남북’ 대신 ‘북남’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박 대통령이 쓴 게 맞느냐를 두고 진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은 박 대통령의 서신을 보내도록 승인한 기록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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