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정은 체제 이후 잔혹한 공포정치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11년 집권한 김 위원장이 ‘유일영도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피의 숙청’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집권 후 가장 먼저 숙청된 고위급 인사로는 2012년 7월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리영호 당시 군 총참모장이 꼽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군부 핵심으로 부상했던 리 총참모장은 김 국방위원장의 장례식 때 김 위원장과 함께 운구차를 호위한 ‘운구차 7인방’ 중 한 명이다. 리 총참모장은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당시 군 고위 간부 10여과 함께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위원장은 숙청을 권력체제를 다지는 수단으로 사용했는데 김 위원장의 친족도 숙청을 피해가지 못했다. 2013년 말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이 대표적인 예다. 아버지 김 국방위원장에 충성을 다했던 장성택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숙청돼 국제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당시 정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과 통일부는 물론 북한 전문가들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군과 주요 간부들에 대한 숙청도 줄줄이 이어졌다. 2015년 4월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회의 중 졸았다는 이유로 재판 절차도 없이 대공화기인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최영건 내각 부총리가 김 위원장이 추진한 산림녹화정책에 불만을 표출했다가 처형됐다. 지난해 7월에는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6ㆍ29 최고인민회의 때 태도가 불량했다는 이유로 보위부 조사를 받은 후 처형됐다. 김정은 집권 후 처형된 간부는 2012년 3명, 2013년 30명, 2014년 40명, 2015년 60명으로 점증한 것으로 관계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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