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원룸 건물에 불이 난 후 입주민 가운데 가장 먼저 빠져 나왔으면서도 119 신고 뒤 이웃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불 속으로 들어간 고 안치범(당시 29세)씨. 안 씨가 21개 원룸의 초인종을 일일이 누르며 화재를 알린 덕에 이웃들은 화마를 피했지만, 정작 그는 연기에 질식해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같은 달 20일 끝내 세상과 이별했다.
안 씨가 우리 사회에 숭고한 희생정신을 일깨운 지 5개월 남짓, 이번에는 안 씨의 유족이 지역 인재를 위해 써달라며 1,000만원을 마포구에 기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학원에 다니며 성우라는 꿈을 위해 전진하던 안 씨처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을 내놓은 것이다.
안씨의 부모는 2일 마포인재육성장학재단을 방문해 장학금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기부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에 마포구가 고인이 마음이 다른 청소년들에게 더욱 크게 전달될 수 있도록 외부에 알리자고 설득했다. 기탁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이유다.
유족들은 안씨의 행동을 기리기 위해 의사자 지정에 적극 협조하고, 용감한 구민상으로 추서하는 마포구의 행동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현재 구청 1층 로비에 새겨진 구민상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구 관계자는 “유족들이 끝까지 인터뷰는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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