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건 구제역 꼬리 물고 터져
“백신 모두 투여… 이번 주 고비”
14일 오후 충북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앞 국도 25호선. 육중한 몸체의 군용 차량에서 희뿌연 소독 약품이 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차량은 충북지역 향토 사단이 도로 방역을 위해 긴급 지원한 제독차. 현장에 나와 있던 보은군 공무원은 “보은에서 계속 터지고 있는 구제역이 국도 25호선 주변 농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로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곧 군용 제독차 4대를 더 지원받아 국도와 연결된 지방도, 농로 등에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 보은군이 구제역 공포에 휩싸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구제역이 터져 나오자 “지역 축산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농가들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의 한 젖소농가에서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보은에서는 14일까지 모두 7건의 구제역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전국에서 발생한 9건 중 대부분이 보은에 집중된 것이다.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지역 축산농은 공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한우 50여 마리를 사육하는 조모(52ㆍ산외면)씨는 “열흘 가까이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방역에 죽을 힘을 쏟고 있지만 자꾸 옆 동네에서 구제역이 터지다 보니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방역통제소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미 바이러스가 다 퍼진 건 아닌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유독 보은에서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자 충북도는 해당 지역에서 방역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구제역이 집중 발생한 마로ㆍ탄부면 지역의 1차 차단 방역대(반경 3㎞ 이내)를 사수하기 위해 19일까지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5일 소독총력전’을 벌일 참이다.
김창섭 도 축산과장은 “경계 지역인 마로ㆍ탄부면의 저지선이 무너지면 자칫 옥천군과 경북 상주군 등 다른 지역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차단 방역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방역 활동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퍼진 곳이 축산 밀집지역이라는 데 있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마로면 젖소농장 반경 3㎞안에는 106곳의 축산 농가가 몰려 보은군내 4분의 1에 해당하는 소 9,100마리 돼지 3,400마리를 키운다. 특히 구제역에 더 취약한 젖소는 보은군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이 지역에서 사육한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미 퍼졌을 경우 농가들이 밀집해 있으면 전파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 당국은 기본적으로 “백신 효력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은군에서 구제역이 터지자마자 일제 백신 투여에 들어가 7일 접종을 마무리했다”며 “항체 형성에 최대 14일 가량 걸리는 만큼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19일을 기점으로 백신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충북ㆍ전북ㆍ경기의 우제류 반출금지 기간을 기존 14일 0시에서 20일 0시로 연장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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