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3월에만 전국 5만7,000여가구 공급 예정… 미분양 악순환 우려
올 들어 주택경기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지만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5만7,00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신규 물량이 전국에 쏟아진다. 이미 미분양이 쌓인 상황에서 공급과잉으로 또 다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부터 3월까지 전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신규 물량은 5만7,326가구로 집계됐다.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에 2만5,976가구, 지방에 3만1,35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최근 부동산 침체 우려에도 전국 분양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을 월별로 보면 1월 1만3,749가구→2월 1만6,697가구→3월 4만629가구로 계속 증가추세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올해 3월 분양물량은 과거 보기 힘들었던 대규모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봄철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 더해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 추가 부동산 규제에 대한 우려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대거 앞당긴 탓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한파가 워낙 거세 대규모 공급물량을 시장이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전국에 쌓여 있는 미분양 물량(지난해 12월 기준)은 5만6,413가구(수도권 1만6,689가구ㆍ지방 3만9,724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분양한 지 2~3년이 지난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1만11가구나 된다. 최근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연초 분양 성적도 좋지 않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청약접수를 받은 24개 단지 중 절반이 넘는 13곳이 미분양됐다. 전체 공급가구의 26%(313가구)가 미달된 동양건설의 남원주동양엔파트에듀시티 등 미분양된 13곳 중 11개 단지가 시공능력평가 30위권 밖의 중소건설사 공급물량이었다. 중소건설사가 주택경기 침체 여파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청약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책임연구원은 “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에서 공급물량만 늘어났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 하락 우려 등 수요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큰 분위기”라며 “그간 부동산 특수를 누린 수도권 안에서도 공급이 몰리는 지역이나, 가격이 높은 곳들은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