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무장정파 하마스 강경파 새 지도자 선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새 지도자로 강경파 예히르 신와르(55)를 선출했다. 대 이스라엘 무력투쟁을 고수해 온 신와르가 전면에 나서면서 그러잖아도 꼬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법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동정책도 접점을 찾기 어렵게 됐다.
1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2주간 비밀투표를 거쳐 이스마일 하니예 후임으로 신와르를 가자지구 새 지도자로 뽑았다.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2007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온건 파타당을 몰아내고 자치권을 행사해 온 핵심 거점이다.
신와르는 팔레스타인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그의 삶 자체가 팔레스타인 무장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와르는 1980년대 하마스의 준군사조직인 알카심 여단을 창설한 뒤 인티파다(대이스라엘 무장봉기)를 이끌었다. 89년 일련의 살인, 납치를 주도한 혐의로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돼 22년을 복역하고 2011년 이스라엘과 역사적인 ‘1대1,000’ 포로 맞교환을 통해 가자로 금의환향했다. 왈리드 알모달랄 가자이슬람대 교수는 “대다수 팔레스타인 민중은 신와르를 하마스와 조국을 위해 희생한 영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이스라엘과 미국 입장에서 신와르는 위험 인물이다. 이스라엘이 2006년 하마스에 납치된 군인 길라드 샬리트와 포로 교환 협상을 5년 넘게 끈 것도 신와르 석방을 수용하기 어려워서였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한 전직 관리는 이스라엘 라디오에 “신와르는 당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포로였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국은 2015년 그를 블랙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려 놓기도 했다.
신와르의 등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밀월 관계를 이어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점령지인 서안과 동예루살렘에 대규모 정착촌 건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반(反)팔레스타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신와르의 하마스가 무력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15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지지를 확약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할지를 놓고 네타냐후 총리가 다양한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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