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에 이동흡 합류
“뇌물수수 입증되지 않는 이상
국민 신임 위반사유 보기 어려워”
“이제야 형사재판 같지 않은 모습입니다.”
1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제13차 변론기일에 대통령측 대표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린 이동흡(66ㆍ사법연수원5기) 전 헌법재판관이 헌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발언하자 주심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이렇게 말했다. 재판부가 10차례 넘는 변론기일을 진행하며 누차 헌법재판의 성격을 강조한 터였다. 강 재판관은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다루는 엄중한 사건인데 그 동안 대통령이 피고인인 것처럼 진행돼 아쉬웠다”고 양측에 헌법공방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법률 방패로 나선 이 전 재판관은 국회 측의 법리적 오류를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국회가 당초 최순실ㆍ안종범의 공소장을 근거로 대통령을 뇌물죄와 직권남용으로 탄핵소추했다”며 “뇌물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 국회의원의 의무인 헌법 46조까지 무리하게 들고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측이 최근 정유라(21)씨 승마 특혜지원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을 기재한 뒤 헌법 제46조 3항 위반을 주장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탄핵소추 사유도 부정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보면 헌재는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헌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파면을 요청할 정도로 중대해야 한다”며 “뇌물수수가 입증되지 않는 이상 국민 신임을 위반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대통령 측 대리인단 중 한 사람인 서석구 변호사는 재판 시작 전 엉뚱하게도 가방에서 태극기를 꺼내 방청객에게 펼쳐 보였다가 헌재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서 변호사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인사가 방청석 앞으로 나가 사진을 찍어 서 변호사의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엄중해야 할 탄핵 심리의 격을 떨어뜨린 분별없는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어버이연합 법률고문이기도 한 서 변호사는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참석했다.
헌재는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증인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추가 증인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심판 일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와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의 신문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재판 말미에 대통령 측이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녹취파일을 들어볼 검증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강 재판관은 “신청서를 내면 재판관들이 회의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일단 유보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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