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4일에는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반박하며 미국에 대북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비판하며 제한적이나마 자국 책임을 언급한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첫 공식 대면을 목전에 둔 중국의 고민을 보여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과 다른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군사적 위협과 제재 강화 등 한미 양국이 주도해온 방법으로는 북한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증명됐다”면서 “다른 수단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핵 프로그램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의 해법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사고를 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대화ㆍ타협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구시보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해온 ‘중국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신문은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미 양국과 북한 간 문제로 중국은 문제 해결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양측 간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을 막을 수는 있지만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미국의 제재 일변도 정책으로 북한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위험한 국가가 됐다”면서 “미국은 중국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더라도 환구시보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라는 점에서 이날 사설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속내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으로선 양국 정상 간 서신 교환과 전화통화로 어렵사리 마련된 관계 정상화 국면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전날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 도발의 근본원인을 한미 양국과 북한 간 모순으로 규정하면서 “우리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던 건 대미 비판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준비된 입장은 오는 16~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당초 불참할 예정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파트너로 참석키로 했다. 양자회담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등 미국의 강력한 대북 추가제재 요구에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남ㆍ동중국해 분쟁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어 중국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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