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인 마이클 플린(59)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연계설로 결국 사임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 지 약 3주 만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처음으로 낙마한 인사가 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직이 만들어진 후 역대 최단기 재임 기록이다.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키스 켈로그 미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이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14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플린은 13일 밤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정권 인수를 위해 일하면서 각국 장관 및 대사들과 통화를 많이 했다”며 “러시아 대사와의 통화내용에 대해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당선인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했고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플린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트럼프 출범 직전까지 세르게이 키슬리악 주미 러시아 대사와 문자와 전화 등으로 접촉하면서 미국의 대러 제재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플린의 자진 사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앞으로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이란과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외교ㆍ안보 문제에 대한 대처역량이 시험받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 안보 핵심참모’의 불명예 퇴진으로 공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등 다른 핵심 참모들의 자질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플린의 조기 낙마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플린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후임자로는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 등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스티븐 해들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히는 이는 정보기관과 군으로부터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퍼트레이어스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지만 그는 자서전을 집필하던 여성작가 폴라 브로드웰과 불륜관계를 맺었고, 이 과정에서 CIA 기밀정보를 열람하게 한 혐의로 2015년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국무부 장관 재직 시절 기밀정보를 부적절하게 다뤘다고 비난을 퍼부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를 임명하려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인사 논란은 플린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상원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앤드루 푸즈더 노동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패스트푸드 체인인 CKE 레스토랑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푸즈더 지명자는 최근 불법 체류자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준 청문회가 여러 차례 연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 중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코스키(앨라스카), 팀 스콧(사우스 캐롤라이나), 조니 아이색슨(조지아) 등 4명이 푸즈더 지명자 인준 여부에 대해 의견표명을 않고 있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2석을 확보하고 있으나, 반란표 4표가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장관 지명자 중 처음으로 낙마자가 나오게 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최소 2명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요청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주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상원 인준 표결 때도 공화당 의원 2명이 반대표를 행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각료 인준을 위해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가까스로 인준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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