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출책 송금책 통장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법을 활용해 위조수표로 골드바를 사고 달아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서울 종로구 금은방에서 위조한 당좌수표를 입금하고 시가 2억5,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5㎏를 챙겨 달아난 혐의(수표 위변조ㆍ사기ㆍ위조유가증권행사)로 A(56)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당좌수표를 입금하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입금액은 바로 확인되지만 위조 여부는 다음 날 판별된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범행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금은방에 전화를 걸어 “골드바를 구매할 테니 준비해달라, 직원을 보내겠다”고 말한 뒤 위조수표를 계좌에 입금했다. 입금을 확인한 피해자는 별다른 의심 없이 A씨가 보낸 퀵서비스 기사에게 골드바를 건넸다.
골드바를 퀵서비스 기사로부터 전달받을 때에는 피의자 B씨를 전면에 내세웠다. 퀵서비스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서 멀지 않은 카페 등에 자리를 잡고 A씨는 B씨와 퀵서비스 기사 간의 거래를 감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전면에 나타나지 않고 제2, 3의 인물을 고용한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법을 본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퀵서비스 기사 탐문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경기 수원에서 10일 검거했다. A씨는 현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골드바를 퀵서비스 기사에게 받아 A씨에게 전달한 공범을 추적 중이며, 유사한 피해 신고가 A씨의 다른 범행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만으로 골드바를 사겠다고 하거나 특히 거래관계가 없던 사람이 수표로 입금 하겠다고 하면 일단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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