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국민성장’
900명 매머드급 전문가 그룹
경제정책은 캠프와 유기적 연결
외교안보엔 서훈ㆍ정의용ㆍ이수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정책 산실은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이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광산회관 3, 4층에 자리잡고 있는 국민성장에서는 수시로 여러 전문가 그룹이 모여 정책 회의를 하고 있다. 4개월 전 각계 전문가 500명으로 출범한 국민성장은 최근 900명 수준으로 참여 인사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세론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규모만큼이나 속도감도 크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소속으로’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 독립’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모두 국민성장에서 나왔다. 유력 대선주자 중 가장 빠른 행보다. 문 전 대표가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다만 일자리 공약에서 논란이 일어 최근 속도감이 약간 떨어진 감도 없지 않다.
캠프에서도 일부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일자리 공약을 포함한 경제정책은 홍종학 의원 및 김기식 전 의원 등이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캠프에서 지원하더라도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는 국민성장의 지향점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싱크탱크 좌장은 중도파 조윤제
국민성장 핵심 포스트에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적잖이 포진하고 있다. 좌장은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조윤제 서강대 교수다. 조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경제보좌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맡은 인연으로 문 전 대표와 연결돼 있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한 경험과 주 영국대사를 지낸 경력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다. 성향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로 분류되고 있다. 성장에 목을 매고 있는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최적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소장인 조대엽 고려대 교수와 연구위원장인 김기정 연세대 교수도 국민성장의 중심축이다. 한완상 전 부총리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상임고문과 자문위원장으로 돕고 있다.
국민성장은 주제별로 7개 분과와 10개 추진단으로 구성돼 있다. 공약 핵심을 맡을 경제 분과는 최정표 건국대 교수가 이끌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한 최 교수는 성장을 중시하는 싱크탱크 내부에서는 가장 진보적 인사로 분류된다.
외교안보 분과는 참여정부에서 국가정보원 3차장을 지낸 서훈 이화여대 교수가 중심이다. 문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안보불안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외교관과 장성 출신 인사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영입 인사 중 외교관 출신으로는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 전 의원과 이태식 전 주미대사, 이수혁 전 국정원 1차장,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 등이 눈에 띈다. 군 출신으로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과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방효복 전 육군참모차장과 이영주 전 해병대사령관이 분과에 합류했다.
국민성장과 캠프는 유기적 관계
국민성장이 사무실과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캠프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송영길 총괄본부장이 지난 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날 국민성장 사무실에 가서 조윤제 교수를 만나 상의도 했다”고 한 것처럼 국민성장과 캠프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돌아간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주요 정책들도 홍종학 의원이 본부장을 맡고 있는 캠프의 정책본부는 물론 메시지팀과도 긴밀한 협의과정을 거치고 있다. 조대엽 교수는 12일 “분야별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수 많은 회의와 피드백 과정을 거쳐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며 “나중에 문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당 후보가 되면 지금 나온 정책들을 기반으로 실현가능성 등을 검토해 최종 공약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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