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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도움… 베풀며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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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도움… 베풀며 살게요”

입력
2017.02.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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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없어 교도소 갈 위기에

한줄기 빛 같은 따뜻한 손길

현재까지 3867명 기부금으로

431명 8억3000만원 무담보 대출

신청자가 6배… 시민 응원 절실

벌금 낼 돈이 없어 교도소 복역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장발장은행' 앞으로 배달된 감사편지. 장발장은행 제공
벌금 낼 돈이 없어 교도소 복역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장발장은행' 앞으로 배달된 감사편지. 장발장은행 제공

김모(48)씨는 중고휴대폰을 사 되파는 일을 하느라 지방출장이 잦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지만 2년 전 영업용 중고차를 사기로 결심했다. 마침 지인이 “A렌터카업체가 괜찮은 가격에 중고차를 내놨다, 다만 3, 4개월 뒤 명의 이전이 가능하다”고 꼬드겼다. 단서가 걸리긴 했지만 더 나은 생계를 위해 전 재산 450만원을 털어 넣었다.

그러나 구입 3개월 후 업체가 폐업 신고를 하면서 김씨 차는 등록말소가 됐다. 졸지에 ‘대포차’가 된 것. 차량재등록을 위해 구청과 차량등록사업소를 찾아갔지만 “소유주가 아니라 차량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 권한이 없어 처분조차 불가능해졌고 무작정 방치해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행여 딱지를 끊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운전한 지 1년 만에 김씨는 불법유턴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차적 조회에 김씨 차량이 뜨지 않자 곧장 경찰서로 김씨를 데려가 조사했다. “억울하다”고 호소해봤지만 법의 심판대에서 그는 ‘대포차 운전자’에 불과했다.

결국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김씨는 망연자실했다.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도 50만원, 마땅히 손 벌릴 가족도, 지인도 없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꼼짝없이 교도소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 김씨에게 ‘장발장은행’은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김씨는 자신의 처지를 소명해 지난해 8월 한 달에 15만원씩 10개월 동안 갚는 조건으로 150만원을 빌렸다. 김씨는 “어려울 때 내 얘기를 들어준 곳은 오로지 장발장은행뿐”이라며 “다른 빚은 못 갚더라도 이 돈 만큼은 연체하지 않고 꼬박꼬박 갚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인권연대의 ‘43199 캠페인’에서 비롯된 장발장은행이 25일 설립 2주년을 맞는다. ‘43199’는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의 수(2009년 기준)로, 은행은 이런 사람들을 돕고자 만들었다. 2015년 179명의 기부금 3,335만6,201원에서 시작한 은행은 13일 현재 431명에게 8억3,000여만원을 빌려줬다. 224명이 대출금을 갚고 있고, 이 중 56명은 대출금 전액을 상환했다. 은행은 순전히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현재까지 3,867명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일용직 노동자로 고시원과 여관을 전전하며 살고 있는 이모(40)씨도 지난해 운전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차를 빼달라”는 앞차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용역업체 주차장에 세워진 차 운전대를 잡았다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하루걸러 하루 일하는 데다 몸도 성치 않아 한 달에 몇 만원 채 손에 쥐기 힘든 상황에서 ‘죽어라’는 소리 같았다”는 이씨는 설 연휴 직전 장발장은행에서 100만원을 대출받아 교도소 복역을 가까스로 면했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장발장은행이 내민 손은 새 삶을 꿈꾸게 했다. 김씨와 이씨 모두 “앞으로는 작은 일이나마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다짐했다. 은행 앞으로는 “너무 귀한 돈을 빌렸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기회가 닿으면 좋은 일에 적극 나서겠다”는 메시지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장발장은행의 문을 두드린 이들은 2,455명. 대출자의 6배에 달한다. “아직까지는 운이 좋아 (후원금 부족으로) 대출이 중단된 적은 없다”지만 시민들의 응원은 여전히 절실하다. ‘돈(자본금) 없는 은행’이라는 역설을 딛고 장발장은행은 오늘도 누군가의 삶의 온도를 한 칸씩 올리며 순항 중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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