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단지 일부 단지를 50층으로 재건축 할 수 있다는 서울시 발표(9일) 다음날인 10일에만 매매 거래가 3건이나 이뤄졌어요. 지난달 13억4,000만원이었던 전용면적 76㎡ 아파트가 14억5,000만원에 팔렸습니다. 15억원 돌파도 시간문제죠.”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중앙상가 1층에 빼곡히 들어선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아파트를 매수ㆍ매도하겠다는 문의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배준영 대원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오전에만 3건의 매수 문의가 있었고, 그 중 전용면적 76㎡ 아파트는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발표 다음날 매매가가 한달 전과 비교할 때 1억1,000만원이나 오른 데 이어 3일 만에 또 다시 3,000만원 추가 상승한 것이다. 사연경 유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용면적 76㎡의 경우 11ㆍ3대책 이전 최고가(15억2,500만원)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14억9,000만원이던 전용면적 82㎡ 역시 서울시 발표 직후인 10일 15억4,500만원에 팔렸다. 공인중개사들은 82㎡도 16억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하락세를 타던 잠실주공5단지 매매가격이 나홀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시가 지하철2호선 잠실역 인근 동(棟)은 광역중심지에 속해 50층 재건축도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수익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서울시가 2014년 마련한 ‘2030 서울플랜’은 3대 도심(광화문·시청, 영등포, 강남)과 7대 광역중심지(용산, 청량리, 창동, 상암, 마곡, 가산, 잠실)에서 주거와 상업ㆍ업무 기능이 어우러진 개발이 이뤄질 경우 50층 이상까지 허용하고 있다.
반면 초고층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ㆍ한양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거래 문의가 뚝 끊겼다. 잠실주공5단지와 달리 주변에 연계 개발할 업무ㆍ상업지구가 없는 이들 아파트는 35층까지만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서울시의 입장이 확고하다.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겠다는 은마아파트는 물론 45층 이상 재건축을 추진해 온 현대ㆍ한양아파트 역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초고층 재건축 좌절에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매도 가격)도 하락세다. 현대아파트 앞에서 복덕방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아파트 1차 전용면적 161㎡의 호가는 26억원에서 이미 24억~25억원으로 1억원 이상 빠졌다. 현대아파트 3차 전용면적 82㎡ 역시 호가가 15억8,000만원에서 3,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이날 은마아파트 앞에서 만난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서울시 발표 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35층 층수제한을 둘러싼 갈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대학교수 등 전문가 100명의 자문을 받아 35층 제한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서를 다음 달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건축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총 102개 동이었다. 지난해보다 8개동이 늘었다. 부산 해운대구의 두산위브더제니스 101동(지상 80층ㆍ높이 301m)이 4년 연속 국내 최고층 건축물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높은 건축물은 인천 연수구의 동북아무역센터(305m)였다. 다만 서울 송파구의 제2롯데월드(지상 123층ㆍ높이 555m)가 오는 4월 개장을 앞두고 있어 조만간 최고층 순위는 바뀌게 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