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명분 약화 우려한 듯
“안보리에 건설적 참여” 이례적 발언
北 제재 고삐 죌 가능성 시사
안보리 오늘 긴급회의서 대응 논의
중국은 13일 북한의 전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안보리 차원의 논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비판하면서 다소 이례적으로 ‘책임감’을 거론하며 북한에 대해 제재의 고삐를 조일 수 있음을 은연중 내비쳤다.
이는 중국이 대북 문제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커지는 ‘중국 책임론’ 공세를 의식하고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자국 압박에 활용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반대 명분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안보리가 13일 오후 5시(한국시간 14일 오전 7시)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이 앞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할지 주목된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안보리 회의와 관련해 “1차적으로 언론성명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후에도 추가적인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시험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는 근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의 문제이자 한국과 북한의 문제”라고 못박은 뒤 “다만 이 문제에 대해 우리도 책임감을 느끼며 미국 등 다른 국가와 협력해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해왔고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조만간 있을 안보리 논의 과정에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있는 자세를 거론해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책임감’과 ‘건설적인 태도’ 등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란 뉘앙스의 단어를 선택한 것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당시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문제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해결과 유엔 차원의 제재라는 중국의 기본입장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대중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중국은 곧바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문제 해결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한미일 3국이 추가 대북제재에 나서는 데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책임감과 함께 미국과의 협력을 언급한 것 역시 북한 문제를 풀려면 중국에게 일방적으로 역할 확대를 요구할 게 아니라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볼 수 있다.
겅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이 사드 배치 논리를 뒷받침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사드 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별도”라며 “사드를 배치한다고 해서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이 사드 배치 반대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조속한 사드 배치 명분을 준 반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백악관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내놨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곧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CBS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우리가 동맹국들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미군 재건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 뒤, “상상을 뛰어넘어 의심의 여지 없는 수준의 군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o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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