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곳 중 16개 기관이 공석 또는 임기만료
기관장 감시하는 감사 임기 지난 곳도 29개
박영선 “정권 입맛 맞추려 시간 질질 끈 탓”
기관장이 없거나 이미 기관장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리더십 진공상태’에 놓인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16곳(1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 전횡을 감시ㆍ감독하는 감사의 임기가 만료된 곳도 4곳 중 1곳 꼴이었다.
13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19곳 공기업(30개)과 준정부기관(89개) 중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기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과학창의재단 등 2곳이었다. 또 공기업 중 여수광양항만공사 1곳과 준정부기관 중 해양과학기술진흥원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비롯 13곳의 기관장 임기가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감사 공백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해 116곳 중 29곳(25%)의 감사가 이미 임기를 넘겼다.
이는 주요 기관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기관장 검증ㆍ임명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임명할 수도 있지만 비판적 여론이 제기되며 충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기만료 시에는 후임자 임명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규정(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때문에, 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해 8월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6개월째 원장으로 계속 재직 중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시점(지난해 12월 9일) 이전에 이미 기관장 임기가 종료된 곳도 6곳에 이른다. 상당수 기관은 대통령이 아닌 주무장관에게 임명권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이 주요 이유라 보기도 어렵다. 장관들이 평소 청와대 눈치를 보며 임명권을 행사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의원은 “정부가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만 찍어 보내려다 보니 시간만 질질 끌게 된 결과”라며 “만약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 유일호 부총리가 기재부 장관으로서 산하기관장을 제청한 뒤 권한대행으로서 이를 임명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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