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순자산 11조원이나 늘어
부동산 호황에 폭풍 성장 거듭
임대형은 3년간 수익률 96%
상반기에만 공모형 6개 출시
공모금액도 7000억원 웃돌아
대부분 만기 5~7년 투자 상품
분기별ㆍ추가 배당 구조로 설계
‘2.82% 대 8.82%’
지난해 전체 펀드 상품의 평균 수익률과 같은 기간 부동산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다. 펀드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는 주식 시장의 약세와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한 반면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시장의 호황에 가장 도드라진 수익률을 냈다. 덕분에 부동산 펀드 자산은 지난 1년 동안 11조원 넘게 불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펀드 인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형 부동산 펀드 출시를 꺼렸던 자산운용사들도 올해는 상품을 쏟아낼 예정이다.
부동산 펀드 순자산 1년 만에 31% 폭풍 성장
부동산 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부동산 펀드 중 절반 이상은 운용사 자금과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합쳐 빌딩, 상가 등을 사들여 그곳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임대형’이다. 운용사가 투자자 자금으로 직접 개발에 나서는 ‘개발형’이나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하는 ‘대출형’은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나오는 부동산 펀드는 대부분 임대형이다.
지난해 부동산 펀드는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주식과 달리 우량 임차인만 확보하면 투자 리스크를 확 줄일 수 있는 데다 저금리 시대에 연 5~6%에 육박하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명한 투자 메리트가 부각된 덕분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펀드 순자산은 47조1,6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조3,000억원(31.3%)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모든 펀드 상품 가운데 순자산 증가율이 30%를 웃도는 상품은 순자산 규모가 4조원 수준인 혼합자산 펀드와 부동산 펀드뿐이었다.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펀드 수익률은 연 8.82%로 전체 펀드 중 가장 높았다. 특히 국내 부동산 임대형 펀드의 수익률(지난 10일 기준·에프앤가이드 집계)은 연 9.56%에 달했다. 투자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수익률이 총 96%(부동산 매각에 따른 추가 배당 포함), 5년 투자수익률은 115.5%에 이른다. 국내 주식형 펀드 5년 수익률이 연 0.53%에 그친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올해 공모형 상품 어디 나오나
그러나 그 동안 개인 투자자는 부동산 펀드에 투자할 기회를 갖는 것 조차도 어려웠다. 운용사들이 대부분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한 사모상품만 팔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보인 부동산 펀드 중 공모형 펀드는 단 3개였다. 공모형 펀드 순자산이 1년 전보다 32.4%(4,000억원) 급증하긴 했지만 전체 부동산 펀드 중 공모형 펀드의 비중은 2.7%(1조2,740억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서울 명동의 ‘티마크 그랜드 호텔’을 투자처로 삼는 공모형 펀드는 출시 1시간 만에 모집액 300억원을 모두 채울 정도였다.
올해는 좀 더 많은 부동산 공모 펀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6개(국내 3개·해외 3개)의 부동산 공모 펀드가 선 보일 예정된다. 공모 금액은 7,000억원을 웃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달 말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자리잡은 바른빌딩을 투자처로 삼은 공모 펀드를 내놓는다. 바른 법무법인과 10년 임차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내달 중 호주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를 내놓는다. 임차인은 호주 연방정부다.
부동산 공모 펀드는 만기 때까지 임대수익의 일정 부분을 분기별로 배당받고 만기 땐 건물 매각으로 차익이 생기면 추가 배당을 받는 수익구조로 설계돼 있다. 김효직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기획실 팀장은 “주식과 달리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노후연금 상품으로도 괜찮다”며 “이런 상품의 특성 상 미국, 일본, 유럽에선 부동산 공모 펀드가 상당히 대중화돼 있다”고 말했다.
5~7년 장기투자 각오해야
부동산 펀드는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 상품이다. 만기가 대부분 5~7년이다. 따라서 1,2년 안에 수익을 거두겠다는 생각이라면 부동산 펀드는 피해야 한다. 물론 만기 전에도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은 있다.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이 만기 전 투자금을 거둬갈 수 있도록 펀드 출시 90일 안에 관련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대략 만기 1~2개월 전에 상장폐지 절차를 거친다. 투자자들은 이 기간 안에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관련 펀드 인기가 많아 주식이 오르면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주식처럼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환금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공모 펀드에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무엇보다 건물에 들어오는 세입자가 누구이고, 임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중간에 세입자가 나가 공실이 생기면 임대수익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점점 기울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꺾여도 당장 임대수익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건물이 제때 안 팔리면 매각 차익은커녕 펀드 만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며 “극단적으로 건물가격이 반 토막 나면 원금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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