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절차 밟고 있는 고교 교장
중학교 교장으로 슬그머니 발령
학부모 단체 등 집회 열어 파면 촉구
교육감 사과ㆍ인사 담당자 처벌도 요구
세종시교육청이 성추행 혐의로 징계위에 회부한 고교 교장을 중학교 교장으로 슬그머니 발령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성추행 교장을 학생들과 격리시키기는커녕 비호하는 돌려막기식 인사를 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여학생 여러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신도심 모 고교 A교장을 지난 7일 모 중학교 교장으로 인사 발령했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A교장의 성추행 의혹 제보를 받아 조사한 결과 실제로 5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것으로 파악해 징계위에 회부했다.
A교장의 중학교 교장 발령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와 교육단체가 거세게 항의하며 비난 여론을 쏟아내고 있다. A교장이 부임한 중학교 학부모대책위와 세종안전한등교학부모모임(세종안전모)은 이날 시교육청 앞에서 “성추행 혐의 교장을 대기발령하지 않고 다시 보임한 것은 교육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학부모대책위와 세종안전모는 “교장 발령 철회와 현 교장 겸직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뜻을 모은 단체와 모임 등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부모대책위 관계자는 “우리는 단순히 한 사람(A교장)의 문제를 넘어 교육청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인사정책을 따질 수밖에 없다”며 “개교 3년 된 학교에서 교장이 3번이나 교체되는 데다 심각한 문제가 있는 교장을 보내는 인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세종지부(학부모회 세종지부)도 이날 집회를 열어 A교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학부모회 세종지부는 “시교육청의 돌려막기식 인사 발령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먼저 A교장을 본청으로 발령해 아이들과 격리 조치하는 게 마땅한 조치였다”고 시교육청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이어 “A교장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인사조치로 고통 받는 학교 구성원과 시민에게 인사 최고 책임자인 최교진 교육감은 반드시 사과하고, 인사담당자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또 A교장을 향해 “학교 최고 책임자가 성추행 범죄를 저지르고도 멀쩡히 교단에 남는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느냐”며 자진 사퇴도 요구했다.
학부모회 세종지부 관계자는 “아이들이 교장의 성추행으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낀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사과는커녕 이를 부인하는 A교장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시교육청은 A교장이 다시는 학교 문을 들어설 수 없도록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반 행정직과 달리 교원의 경우 대기발령 규정이 없어 인사 발령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방학 중이어서 징계 절차를 거쳐 개학 전에 A교장의 신변을 정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A교장에 대한 징계 여부나 수위 등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내ㆍ외부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A교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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