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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고백, 매화나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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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고백, 매화나무 아래에서’

입력
2017.0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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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란

대구 경북면 이달의 시 시인 정소란.
대구 경북면 이달의 시 시인 정소란.

청춘이 이우는 날을 보내도

화창히 일어서는 이런 날에는

내가 하는 사랑이

은은한 뇌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벙근 꽃잎부터 향이 나는 나무 아래

서서 올려본 목덜미부터

이미 절정부터 봄입니다.

조밀한 빛이 비밀을 만들고

거침없는 아침이 오는 일상은

늘 두근대는 질문

당신은 저의 봄입니까.

그대는 아이 잠덧 같은

내 서툰 이기(利己)에

완상(玩賞)의 대칭으로 서 있고

조급한 방언(方言) 앞에서

매김말로 남아 호통합니다.

봄이 술렁이는 발길 속에서

달빛 품고 흘렀을 유유한 물가에서

담박(淡泊)한 담장 안에서

그대 흔적 보는 일은 상상으로 자유롭고

당신은 저의 꽃입니까.

언제까지 여물게 다문 봉오리입니까

대답은 단조(單調)로 아쉬워

뜨거운 화석 하나 가슴에 놓고

그대는 일렁이는 봄을 거두어

바삐도 지나갑니다.

청빈(淸貧)이 머문 뜨락

매화바람 부는 소리에

붉은 얼굴에 미열이 납니다.

시인 소개

정소란은 1970년 경남통영에서 태어나 창신대 문예창작과 및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월간 ‘조선문학’에서 등단하고 한국문인협회, 세계모던포엠작가회에서 활동하며 현재 통영문인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그 섬에 가는 꿈” 등이 있다.

해설 제왕국

독백체로 쓴 아름다운 서정의 감미로움을 이 시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매화는 우리 기억 속에 순결과 고귀와 절개의 으뜸으로 각인 되어있다. 한데 이 시의 화자는 그런 딱딱한 이미지를 지워버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사랑은 은은한 뇌성, 완상의 대칭, 담박한 담장의 상상 등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 시는 사랑의 내면에서 불어오는 미열을 정결한 언어로 감명 깊게 썼다. 고해성사하듯 매화나무에 빗대어 사랑을 고백하는 화자의 저 애틋한 고운 언어들이 독백체의 정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끝연의 ‘매화바람 부는 소리에 붉은 얼굴에 미열이 납니다.(그대 생각에 미소가 어렸으니)’ 참 참신한 언어들로 잘 조직한 이미지들이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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