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번개탄 사망
경찰 “타살 증거 못 찾아”선그어
지문 없고 제보자도 오리무중
“전도유망한데 왜 목숨 끊겠나”
지인들 승부조작 연루 타살 주장
경찰이 6년 전 승용차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프로축구선수 윤기원(당시 24)씨 사건을 재조사 끝에 최근 ‘자살’로 결론 내렸다. 죽음 당시부터 타살일지 모른다는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씨 죽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얼까.
왜 유동인구 많은 만남의광장 휴게소를 택했을까
윤씨는 2011년 5월 6일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조수석에는 타다만 번개탄, 100만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가 있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경찰은 부검 결과와 사망 현장의 정황 등을 종합, 자살로 마침표를 찍었다.
유족과 지인들은 “자살이 아니다”고 맞섰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전으로 올라선 지 반년도 안 된 전도유망한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만남의장소 휴게소를 자살 장소로 선택한 부분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윤씨가 사망한 6일 같은 평일엔 오가는 차량만 500~600대에 이를 만큼 공개된 장소를 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차 안에 있던 번개탄과 라이터에 윤씨 지문이 없다는 점도 자살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유족 측은 “번개탄을 어디서 샀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승부조작 연루 그리고 조직폭력배의 협박
지난해 2월엔 결정적 제보자가 등장했다. 윤씨와 같은 팀에서 뛰었다는 그는 언론을 통해 “조직폭력배가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마침 윤씨 사망 직후 프로축구에는 승부조작 스캔들이 몰아쳤다. 국가대표부터 각 구단 후보까지 수십 명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제보자는 “윤씨도 승부조작으로 조직폭력배에게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조직폭력배와 윤씨의 연결고리로 A 선수를 지목했다. 차 안에서 나온 5만원권 현금뭉치 100만원은 이런 의혹에 근거로 여겨졌다. 승부조작에 연루됐다가 조직폭력배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점에서, 타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윤씨 죽음을 휘감았다.
증거가 없다. 결론은 자살
제보자 등장 직후부터 1년간 재조사를 펼친 경찰은 “자살이라는 결론을 뒤집을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제보자 신원조차 경찰은 확보하지 못했다. 제보자를 찾지 못했으니, A 선수 조사 등 수사 외연을 넓히는 건 불가능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먼저 제보자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유족 측에서 그의 신상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승부조작 설을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게 경찰 얘기다.
경찰은 자신들보다 3개월 정도 먼저 유족 측 진정으로 내사를 진행했던 검찰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기록을 살펴봤지만, 역시나 타살을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번개탄 등에 지문이 없다고 하는데, 모든 물건을 만지는 과정에서 무조건 지문이 묻는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씨 아버지인 윤희탁(53)씨는 1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수사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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