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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살라제 “아직도 연습하고 싶은 작품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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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살라제 “아직도 연습하고 싶은 작품 많죠”

입력
2017.0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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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펼치는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16일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펼치는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슈만의 환상소곡집은 길이가 길고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루하지 않게 연주하면서 각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피아니스트에게 큰 도전이죠.”

75세 피아노 대가가 다시금 도전에 나섰다. 엘리소 비르살라제는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1915~1997),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 등과 더불어 피아노계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전설’이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알렉세이 볼로딘, 한국의 박종화와 김태형을 배출한 피아니스트들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름만으로도 클래식 애호가의 마음을 설레게 할 비르살라제가 16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첫 내한 무대를 펼친다.

연주곡 목록만으로는 70대 여성 피아니스트의 공연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체력소모가 큰 곡들이 포함됐다. 슈만에서 슈베르트, 프로크피예프, 리스트에 이르기까지 2시간을 꽉 채워 한국 관객을 만난다. 비르살라제는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에 했던 연주와 다른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며 “거의 연주하지 않아 제게도 신선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3번을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슈만의 환상소곡집 Op.12 연주에 큰 기대가 모인다. 리히테르는 비르살라제를 두고 “이 시대의 가장 정교한 슈만 해석가”라고 극찬했고, 그의 슈만 연주 앨범은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비르살라제는 “작품 속에서 분위기가 금방 변한다는 점이 어렵다”면서도 기꺼이 슈만 작품을 선곡했다. 자신이 평소 좋아해 온 작품도 넣었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은 요즘에는 많이 연주되고 사랑 받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잘 연주되지 않던 곡이죠. 아름다움을 알고 있어 예전부터 즐겨 연주해 온 이 곡을 한국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조지아 출신의 비르살라제는 1962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에 오르면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하인리히 네이가우스, 야코프 자크에게 사사했다.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 곡 등을 주로 연주하지만, 현대 러시아 작곡가 작품 소개에도 앞장서 옛 소련 정부로부터 ‘최고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그에게는 늘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후계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정작 그는 “나는 조지아 피아니스트이기에 러시아 피아니즘에 대해 말하려니 어렵다”며 웃었다. 그의 첫 스승은 러시아 피아니스트에게 교육받은 할머니 아나스타샤 비르살라제였다. 그는 “9살쯤 네이가우스에게 처음 피아노를 들려준 것 같다”며 “할머니와 네이가우스, 자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르살라제는 연주활동 외에도 대학에서 후학 양성과 국제 콩쿠르 심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연주자라는 수식어에 대해 “시대를 이끌어 간다는 데 부담을 느낀 적은 없다”고 자신의 연주만큼이나 시크한 면모를 뽐냈다. 피곤함을 느낄 때에도 “늘 정신력으로 이겨낸다.” 다만 거장에게 힘든 건 “일정이 바빠 자기발전을 위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는 “아직도 새로 공부하고 연습하고 싶은 작품들이 너무 많다”며 대가가 된 비결이 끊임 없는 노력과 공부였음을 의도치 않게 들려줬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16일 첫 내한공연을 여는 엘리소 비르살라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16일 첫 내한공연을 여는 엘리소 비르살라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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