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최대 고비다.”삼성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에서 재소환되자 13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은 이달 말로 예정된 경영 쇄신안 발표, 무기한 지연 중인 사장단 인사 및 조직 개편 등 굵직한 과제들을 두고 총수 부재라는 비상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기류에 휩싸여 있었다.
당장 9조원대 규모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합병(M&A) 1차 관문이 코앞이다. 17일 M&A를 의결하는 하만의 임시주총이 열린다. 앞서 하만 일부 주주들이 회사 가치 저평가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를 설득해야 할 이 부회장의 부재는 당장 계약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더 큰 위기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수순으로 이어져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삼성은 사상 초유의 총수 공백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 기간 연장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내부에서도 이번 주를 최대 고비로 보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도 (특검팀이)추가 입증할만한 혐의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은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후 순환출자 해소 과정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 추진 과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2015~16년 삼성 경영 활동 중 청와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특검팀의 의혹에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삼성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순환출자 강화 여부에 대한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순환출자 고리를 줄이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후 첫 적용 사례여서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탓이다. 그 해 10월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하라고 잠정 결정했다가 12월 500만주로 처분물량을 줄였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 청와대 외압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지만, 삼성은 공정위와 정상적인 협의 후 결정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 후 순환출자 고리가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없다는 외부의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그래도 공정위에 의견을 물어 처분하기로 협의한 물량이 500만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전혀 처분하지 않아도 됐지만 자발적으로 500만주를 처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입법 과정에서 삼성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삼성생명ㆍ카드ㆍ증권 등 삼성그룹 내 금융사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비롯한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삼성이 유리한 제도 도입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도 금융 당국의 특혜 여부를 눈 여겨 보고 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상장(작년 11월) 1년 전,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거래소는 매출이나 수익이 부진하더라도 성장성을 중심으로 심사하기로 상장 조건을 완화했다. 삼성바이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삼성이 금융위에 로비를 했고,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에 성공해 지분 가치 상승 효과를 노렸다는 의혹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금융지주사 설립에 대해 금융위에 질의한 적은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바로 철회했고, 중간금융지주사는 삼성이 추진하는 바도 아니었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제작사로부터 위탁을 받아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라며 “바이오 및 제약산업 이해도가 높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우선 고려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수차례 국내 상장 유치를 권유해 코스피에 상장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