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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잡은 의인, 알고보니 보험사기 공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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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잡은 의인, 알고보니 보험사기 공모자

입력
2017.02.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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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개인택시기사 전모(64)씨는 지난해 12월20일 오후 9시40분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에서 추돌사고를 당했다. 스타렉스 승합차량이 자신의 택시 조수석 쪽 펜더를 들이받은 것이다. 사고를 낸 차량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도주하기 시작했고 전씨는 1㎞를 추격, 운전자 전모(42)씨를 직접 붙잡아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스타렉스 운전자의 신병을 넘겨받아 확인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9%의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스타렉스 운전자 전씨를 입건한 경찰은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검거한 택시기사 전씨의 용기가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의인 같았던 전씨였지만 2,3주쯤 지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위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던 경찰에게 미심쩍은 부분이 포착됐다. 도주로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되돌려보니 전씨의 택시에서 손님이 내린 모습이 담겨있지 않았고, 승객이 타고 있을 때 빨간색이어야 할 캡도 내내 파란색이었던 것이다. “추돌사고 당시 손님 김모(55ㆍ여)씨가 뒷좌석에 타고 있었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명함을 주고 내려줬다”는 전씨의 진술과는 다른 정황이었다. 전씨가 이런 상황을 보험회사에도 신고, 김씨가 합의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187만원을 타내는데 도움을 준 사실도 파악됐다.

보험사기를 의심한 경찰은 전씨와 김씨를 추궁하기 시작했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김씨 등이 감춰왔던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생활이 어려워 택시기사 전씨와 산악회에서 친분을 쌓은 언니(57)의 제안에 전씨와 말을 맞췄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뒤늦게 수령한 보험금을 보험사에 모두 반납하고 울먹이며 선처를 호소했다. 불안감에 전화기를 꺼놓는 등 경찰을 피하던 전씨 역시 “김씨 언니의 부탁을 들어줬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13일 사기 혐의로 택시기사 전씨와 김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김씨의 언니에 대해서도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차량을 쫓아가는 급박한 상황에 명함을 주고 내려줬다는 진술이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며 “택시 내 블랙박스도 마침 그 시간에만 작동이 안된 것을 확인해 범행을 확신했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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