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불균형 등 거론 안 해
양국 정상회담 충돌은 피했지만
농산물 관세인하·FTA 재협상 등
담판지어야 할 경제 문제들 산적
개별의제 논의 시간벌기 시도는
美내부 변수 많아 무산될 가능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상 및 환율문제와 관련해 충돌을 피하긴 했지만 양국간 경제분야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뿐 곧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두 정상이 담판 지어야 할 의제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간 경제대화 쪽으로 미뤄 놓은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우선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대화 채널을 일본은 포괄적 논의로 희망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간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까지 상정한 구체적 성과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소 부총리와 펜스 부통령간 대화에서 이러한 이견이 통상관련 이슈를 테이블에 올리자 마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이다.
특히 일본 측은 양자간 논의틀이 잡힌 만큼 미국이 농산물 관세인하 등 개별의제를 놓고 압박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일 무역적자에 불만이 커 자동차 수출입문제 등 대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당장 양국 경제대화에서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인해 겪게될 파장을 설명하면서 최대한 FTA 협상 개시 전 시간을 벌겠다는 복안이다. 이른바 ‘TPP지킴이’를 자처했던 아베 정부가 다른 참여국들을 배신하고 나설 수 없다는 점, 그리고 FTA로 전환시 일본 사회의 반미감정 증대로 인한 부작용 등을 내세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본측은 트럼프 정부가 통상 관련 압박 대상 1순위로 일본이 아닌 중국을 겨냥하도록 최대한 역량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한 차례 정도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 모델을 참조해 포괄적 논의로 시간벌기에 주력한다는 구상이 거론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노력은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미일 FTA협정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공화당 표밭인 농축산업계이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7일 미 쇠고기ㆍ돼지고기 생산자단체들은 미일 FTA 추진을 서둘러달라는 서한을 트럼프에 보낸 상태이다.
엔저 문제 역시 정상회담에선 거론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는 지적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환율문제는 재무장관들이 긴밀히 논의토록 하자”는 방침을 제안했고, 회담에서 별다른 문제제기는 없었다.
그러나 도쿄 외교가에선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더라도 트럼프가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을 강한 어조로 지목했다는 게 문제”라며 “재무장관 논의로 한정하더라도 실제론 미일 경제대화에서 환율문제가 안 나온다고 볼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당분간 세제개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2~3주 내로 발표할 세제개혁안 관련 여론이 좋지 않을 경우엔 주요국에 대한 환율문제에 손을 댈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망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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