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 문턱을 높이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지방 아파트 단지엔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물리는가 하면, 무주택 서민용 공공분양 아파트에도 중도금대출이 중단돼 청약당첨자들이 중도금을 내지 못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월 취급된 은행권 중도금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3.90%로 작년 9월(연 3.53%)보다 0.37%포인트나 높아졌다.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아파트 중도금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결과다. 정부는 은행들이 보증기관을 믿고 사업성 검증 없이 중도금 대출을 마구 늘리는 걸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은행들이 보증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증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줄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중도금대출의 사업성을 깐깐히 따지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단지ㆍ지역마다 대출금리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시장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1월 중도금 대출금리(연 2.98%)는 시중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3% 중반)보다 오히려 낮았지만 강북지역(연 3.51~3.61%)은 강남보다 최대 0.63%포인트나 높았다. 경기지역(연 3% 후반대)은 금리가 더 높은 편이었고, 경남 거제지역은 금리가 연 5% 수준까지 치솟았다. 조선업 침체로 거제 지역 아파트 분양률이 50%에 그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비용을 금리에 대거 반영한 탓이다.
은행들이 중도금대출을 급격히 조이면서 무주택 서민에게 공급되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까지 중단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분양 주택 6,000여 가구는 지난해 말부터 중도금대출을 해 줄 은행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LH는 마땅한 대책이 없어 일단 중도금 납부시기를 4~10개월씩 뒤로 미루는 임시방편만 마련한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은행들이 금융당국 정책을 빌미로 중도금대출 금리를 높여 ‘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사고가 나도 보증기관들이 대출금의 90%를 은행에 갚아줘 금리를 높일 이유가 적은데도 은행들이 과도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금리를 올리면 결국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부담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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