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늦게 프로 무대에 뛰어든 ‘슈퍼루키’ 이종현(23ㆍ울산 모비스)이 농구 코트를 뒤흔들고 있다.
이종현은 지난 1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블록슛 3개를 추가해 이 부문 1위로 이름을 올렸다. 단 8경기만 뛰고 총 18개, 경기당 2.88개로 2위 데이비드 사이먼(1.82개ㆍKGC인삼공사)보다 1개 이상 많은 수치다. 외국인선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블록슛 부문에서 토종 선수가, 그것도 신인이 데뷔 첫 해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
이종현은 지난해 국내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으로 올해 1월에야 데뷔했다.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블록 능력으로 불과 한달 여 만에 규정 개수를 채우며 1위에 오른 것이다. 한 경기에서 한 개도 하기 힘든 블록슛을 이종현은 데뷔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2개 이상 기록했다.
이종현은 203㎝의 장신이지만 센터로서는 특출한 키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알고도 못 피하는 그의 ‘영업 비밀’은 긴 리치에 있다. 윙스팬(두 팔을 벌린 길이)이 무려 223.4㎝에 달하는 이종현이 블록을 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국내 최장신 센터인 하승진(221㎝ㆍ전주 KCC)도 윙스팬은 225㎝로 키와 큰 차이가 없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이종현의 블록슛은 운동능력보다는 긴 팔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체력부담도 없다”면서 “몸 관리만 해주면 블록슛 1위는 물론이고 김주성(원주 동부)의 블록(개인 통산 첫 1,000블록슛 돌파) 기록도 깰 수 있다”고 칭찬했다.
유 감독의 말처럼 국내 선수 중에서 블록슛 1위를 차지했던 선수는 2003~04시즌, 2007~08시즌 김주성뿐이다. 이종현이 이번 시즌 블록 1위를 끝까지 지키면 김주성의 아성을 깰 유력한 후보라는 것이 농구인들의 평가다.
블록슛 타이틀의 기준은 정규리그 32경기 출전 혹은 블록슛 30개 이상 기록이다. 규정 경기 수를 채울 수 없어 신인왕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이종현이지만 앞으로 12개의 블록만 더 보태면 블록왕 등극 가능성은 높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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