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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反이민 확산에 경종 울린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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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反이민 확산에 경종 울린 스위스

입력
2017.02.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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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스위스 오버작센 주민들이 12일 3세대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요건을 완화하는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스위스 국민이 극우세력의 반(反)이민ㆍ반이슬람 여론전을 뚫고 귀화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국민투표로 가결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다수 유럽 국가에서 이민자 배척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유럽 이민자 사회에 한 줄기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이민 3세대의 귀화 요건을 완화하는 조치가 60.4%의 지지율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반대표는 39.6%에 그쳤다. 조부모부터 스위스에서 살아온 이민자 가정의 경우 손주 세대의 귀화 기준을 전국적으로 통일하고 일부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스위스는 유럽에서도 특히 이민자의 문턱이 높았던 만큼 이번 선택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기존 법제에서 이민 가정 자녀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가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해도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 최소 12년 이상 거주해야 귀화를 신청할 수 있으나 절차도 지역마다 다르고 복잡해 이민자 후손들을 ‘2등 시민’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많았다. 귀화 조건이 엄격하다 보니 스위스 전체 인구(800만명) 중 외국 국적만 4분의1에 달한다.

법 개정 후에도 기본 규칙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25세 이하 3세대 이민자 중 부모ㆍ조부모가 모두 영주권자이고 스위스에서 출생해 5년 이상 학교에 다녔다면 귀화 시험 일부를 면제받는다. 수혜 대상은 2만4,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법안 통과 캠페인 단체인 ‘오퍼레이션 리베로’의 홍보 포스터에 등장해 가결 운동의 아이콘이 된 바네사 세이퍼트(27)는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며 “늘 (스위스 국민으로서) 목소리를 갖고 싶었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국민투표에 앞서 스위스 내 극우세력은 국가 안보 저해를 이유로 귀화 규제 완화를 거세게 반대했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 스위스국민당(SVP)과 연계 활동가들은 검은색 이슬람식 베일을 쓴 여성 그림과 ‘통제되지 않는 귀화를 불허하라’고 적힌 포스터를 내걸고 부결 운동을 맹렬하게 펼쳤다. 소피 기냐르 베른대 정치학 연구소 교수는 “이번 법안이 종교와 무관한데도 극우세력은 무슬림 유입으로 스위스 고유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위세에 국민투표 직전 여론 조사에서 부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스위스 국민은 결국 이민 장벽을 낮추기로 뜻을 모았다. 2004년 국민투표에 부쳐진 유사 법안이 29%의 저조한 지지율로 부결된 점을 고려하면 이민자 통합에 있어 장족의 발전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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