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방경찰청은 속칭 ‘블랙머니’수법으로 3명에게서 1억 1,700만원을 등친 혐의(사기 등)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국적 A씨(39)와 B씨(42)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1일 서울 영동포구의 한 여관에서 김모(52)씨를 불러 검은 색 종이 1만여 장이 들어 있는 금고를 보여줬다. 이들은 이중 3장을 꺼내 약품을 뿌려 세탁하는 척하면서 미리 준비한 500유로(한화 약 62만원)짜리 지폐 3장을 보여줬다. 검은색 종이에 약품을 칠하면 현금이 되는 ‘블랙머니’로 김씨를 현혹시킨 것이다.
A씨는 이런 식으로 김씨 등 한국인 3명으로부터 특수약품 구입비 명목으로 1억 1,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은 “진짜 돈을 검은 색으로 칠해 놓은 것으로 믿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범행의 주범은 아프리카 가나에 거주하는 C씨로 드러났다. 이름과 나이, 성별을 알 수 없는 C씨는 페이스 북에 자신을 시리아에서 근무하는 한국계 미국여성이라고 소개하며 미모의 여군 사진을 올린 뒤 “IS 소재를 추적하다 지하에서 발견한 불법자금을 한국으로 보낼 것이다. 약품 처리하면 500만 유로(한화 약 62억원)를 만들 수 있으니 세관통과, 약품처리 비용을 투자해 반씩 나누자”고 유혹했다. 이어 시리아 외교관을 사칭한 A씨가 피해자들에게 접근, 검은 종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장면을 연출했다.
경찰은 이들 사기단으로부터 검은색 종이가 들어 있는 금고와 피해자들로부터 챙긴 것으로 보이는 현금 4,000여만원을 압수했다. 체포 당시 이들은 유로는 물론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5개 국가의 화폐를 소지하고 있었다.
구연순 충북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블랙머니는 주로 아프리카계 사기단이 쓰는 수법”이라며 “동남아 등 여러 나라의 화폐를 소지한 것으로 보아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