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최근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창설 이후 올해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4회 연속 출전한 선수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전 세계 12명에 불과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김태균(35ㆍ한화)과 오승환(35ㆍ세인트루이스)이 포함됐다.
김태균과 오승환은 20대 초반에 태극마크를 단 이후 10년간 한국 야구를 이끌어 온 국가대표 터줏대감들이다. 생소한 투수와 타자를 상대하는 국제대회에서의 경험은 리그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큰 무기다. 김태균은 1회 대회 때 야수 최연소로 참가했다. 당시 이종범(전 KIA), 이병규(전 LG), 박재홍(전 SK), 김동주(전 두산)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했던 막강 타선에는 1루 역시 이승엽(삼성)과 최희섭(전 KIA)이 버티고 있어 김태균은 백업 요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09년 2회 대회부터 김태균은 철옹성 같던 국대 중심타선의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당시 일본과 순위 결정전에서 김태균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4회 일본의 에이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에게 결승타를 때려내며 일본에 첫 패배를 안겼다. 또 2라운드에서 멕시코를 무너뜨린 역전 홈런과 베네수엘라전 쐐기 홈런으로 승리의 주역이 되면서 한국의 준우승 신화에 앞장섰다. 9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에 홈런(3개)ㆍ타점(11개)왕에 오르는 등 대표팀 야수 중에서도 최고의 활약이었다.
오승환은 2006년 첫 대회 4경기에서 3이닝을 던지며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국제무대에 남겼다. 2013년 3회 대회에서도 한국은 비록 예선 탈락했지만 오승환은 3경기에서 2⅔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기록하는 등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고군분투했다.
김태균은 이대호(35ㆍ롯데)와 함께 이번 대표팀 야수 최고참으로 어깨가 무겁다. 대표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오승환은 해외 원정도박으로 인한 징계 문제로 찬반양론 끝에 김인식 감독 및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강력한 의지로 발탁될 만큼 그의 역할은 막중하다. 역대 최약체로 평가 받는 ‘김인식호’가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태균은 13일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에 위치한 구시카와구장에서 대표팀 훈련을 시작했다. 김태균은 대표팀 합류 전 “지금은 컨디션이 좋을 시기가 아니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훈련을 지켜본 김인식 감독은 “최형우(KIA)와 김태균 등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소속 팀 훈련을 소화하고 왔지만, 개인적으로 몸을 아주 잘 만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야수들의 몸놀림이 좋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태균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모두가 최약체라고 하지만 각자 위치에서 모두 힘을 합쳐 (약체)평가를 뒤집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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