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머리가 닿지는 않죠?”
차량 운전석에서 안전벨트를 메려던 차에 기아자동차 관계자가 다급하게 뛰어오더니 물은 말이다. 운전석 머리 위로 손 한 뼘 정도 공간이 남는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의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 “이번 신형차량의 최대장점이 승차감이라고 여러 번 말했잖아요.” 농구 골대에 조금 못 미치는 신장 탓에 고교 생활 내내 교실 맨 뒷좌석만을 전전하던 기자의 생애 첫 경차 시승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기아차는 지난달 엔진과 디자인 등을 모두 새롭게 변경한 3세대 ‘올 뉴 모닝’을 6년만에 출시하고 국내 경차시장을 양분해온 쉐보레의‘스파크’를 누르기 위한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경기 가평군까지 총 110km 구간을 최고급 사양인 ‘프레스티지’의 올 뉴 모닝으로 왕복하며 시승해봤다. 복잡한 서울 도심부터 올림픽대로, 서울-춘천고속도로까지 주행하며 올 뉴 모닝의 고속주행과 안정감, 내부공간의 편의성 등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신형 모닝의 최대 장점은 역시 확실히 달라진 실내공간의 넉넉함이었다. 중형차와 비교해도 운전석이 협소하지 않았다. 특히 시속 40㎞로 턱을 넘어 몸이 붕 떴을 때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을 정도였다. 기아차는 이번 모닝에서 실내공간의 크기를 결정짓는 휠베이스를 이전 모델 대비 15mm 늘렸다고 했다. 실제 모닝과 스파크를 비교하면 차의 전장(길이)과 전폭(너비)는 동일하고, 전고(높이)와 휠베이스는 모닝이 스파크보다 각각 10mm, 15mm 높고 길다. 다만 운전석을 최대로 넓힌 탓에 바로 뒷좌석은 아무도 탈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좁았다.
주행성능도 경차라는 편견에 비해선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신형 모닝에는 새롭게 카파 1.0 에코 프라임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대출력 76마력(6200rpm)까지 가능하다. 특히 동급 최초로 적용된 ‘토크 벡터링 기능(급선회 시 바깥쪽 바퀴에 많은 힘을 전달하고 안쪽 바퀴에는 제동력을 전달하는 기술)’ 등이 작동하며 안정적 주행을 도왔다. 모닝과 스파크를 비교했을 때 고속도로에서 경차로 아우디와 BMW 등 고급 외제차를 추월해가는 승리감은 모닝 운전자만이 누릴 수 있는 쾌감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경차의 안전성은 여전히 불안했다. 주행 중 크게 들리는 풍절음에 실내에 켜놓은 음악 소리가 묻혔고, 주위에 대형 트럭이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바람에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기까지 했다. 또한 주행 중 급제동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속도를 줄이는 ABS가 반 박자 늦게 작동해 차의 제동거리가 길었다. 장거리 주행이 아닌 도심이나 출퇴근용으로 적당하다는 경차에 대한 편견을 이번에도 크게 넘어서지는 못했다는 판단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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