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치행정수도론(신행정수도론)’으로 한껏 달아오른 세종시가 14일 방문이 점쳐지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13일 세종시에 따르면 문 전 대표와 14일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가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여부를 조율 중이다. 세종시는 행사를 목전에 두고도 문 전 대표의 참석 여부와 관련해 일정표에 ‘참석 또는 영상’이라고 애매한 표현을 해뒀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이날 참석할 경우 정세균 국회의장에 이어 축사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행사는 2004년 1월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부대전청사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특별법 등 지방화 3법을 공포하고, 국가균형발전계획을 발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노무현재단이 해마다 열고 있다. 올해는 신행정수도론에 다시 불이 붙어 어느 해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내방과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는 신행정수도론에 힘을 실어줄 ‘깜짝 발언’을 할 지 여부다.
문 전 대표는 현재 국회분원 설치와 중앙부처 추가 이전 등을 언급할 뿐 신행정수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대전을 찾아 국회분원 설치,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세종시 개최(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 등 서울에 남은 부처 이전 등을 거론했지만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서는 극도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연방제에 버금가는 수준의 지방분권공화국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피력했다.
일단 세종시에서도 문 전 대표의 발언 수위는 대전 방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당내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물론,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까지 신행정수도 화두를 던진 만큼 문 전 대표도 세종에선 한 걸음 진전된 발언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대감이 여전하다. 이날 행사에서 행정수도와 관련한 심포지엄까지 열리는 것도 문 전 대표의 ‘깜짝 발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아직은 신행정수도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지난해 총선까지만 해도 ‘개헌이 쉽지 않다’던 이해찬 의원이 이춘희 시장의 ‘신행정수도론’으로 선회한 것처럼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공약으로 내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행정수도 완성 범시민 추진본부 준비위원회가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 1층에서 신행정수도 완성을 촉구키로 하는 등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역의 압박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신념보다는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그의 발언 진위를 세종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금 ‘세종시 행정수도론’은 2004년 위헌 판결 이후 가장 크게 힘을 받고 있어 세종시에서도 종전 같은 소극적 발언만 한다면 안 오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는 적지 않은 부담감과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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