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국 백악관이 강경 대응 입장을 내놨다. 백악관 참모가 나서 ‘곧 북한에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실체와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곧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CBS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우리가 동맹국들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밤 아베 총리와 함께 예정에 없던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밀러 정책고문은 “지난 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동맹과 함께한다는 사실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 두 사람(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이 섰다는 점을 북한도 매우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곧(very soon) 다른 신호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 정책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미군 재건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는 “상상을 뛰어넘어 의심의 여지 없는 수준의 군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러 정책고문은 폭스뉴스에도 출연해 “여러분은 북한과 전 세계에 미국 대통령이 보낸 강력하고 틀림없는 신호를 보았다”며 “북한의 적대적 행위를 억지하기 위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의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동아태 위원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정부는 즉각 일련의 대북 강경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과된 ‘북한제재법’을 이행해 추가 제재에 나서는 한편,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압박하기 위해 북한 인근에서 동맹과 정기적인 군사훈련을 펼치는 무력시위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다른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긴급 회견을 가졌지만, 발언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는 아베 총리 발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미국은 100% 일본과 함께 할 것”이라는 내용이 부실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을 명시적으로 규탄한다는 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분위기도 미일 동맹을 강조하는 일본 언론의 설명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플로리다 주의 트럼프 대통령 소유 ‘마라라고’만찬장에서 참모들로부터 긴급하게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지만, 미사일 도발이 언론에 알려진 직후 취재진이 만찬장에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또 백악관이 만찬 이후 공식행사는 없을 것이라며 취재진에게 철수를 요구했다가 다시 뒤늦게 긴급 기자회견 사실을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일본 국민들에게 보여줄 구체적 행동을 원하는 아베 총리의 바램을 맞춰준 것일 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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