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대우조선 회사채 상환 앞두고
4월 전방위적 위기설 재생산
“대우조선은 4월 이후가 더 문제”
당국, 신규자금 추가 지원 고심
7월엔 그리스發 디폴트 우려
불확실성 지수 두달새 10p 급등
“근거 적지 않아 철저히 대비해야”
연초부터 국내외 경제 환경을 둘러싼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 갖가지 위기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장 오는 4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회사채 상환 만기에 즈음한 ‘4월 위기설’부터, 그리스의 대규모 국가부채 상환 만기에 빗댄 ‘7월 위기설’, 심지어 10년 주기의 ‘2017년 위기설’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경제가 심리에도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위기설이 들끓는 건 진위와 무관하게 전혀 반길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위기설엔 저마다 인정할 만한 근거들이 적지 않다”며 철저한 선제 대응을 당부하고 있다.
“4월, 7월 위기 온다” 근거는?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선 연초부터 ‘4월 위기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배경은 대내외 요인이 섞인 전방위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이 4월 만기가 돌아오는 4,400억원의 회사채를 갚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매년 4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외환ㆍ수출입시장마저 크게 흔들릴 거란 시나리오다.
최근엔 ‘7월 위기설’도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연명 중인 그리스가 오는 7월 41억유로 규모의 만기 부채를 상환하거나 재연장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빚을 거란 우려 때문이다. IMF가 지난주 말 70억유로(약 8조5,757억원) 규모의 대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유럽연합(EU)에 “그리스 부채 일부를 깎아달라”고 요구하면서 위기설은 한층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심지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대략 10년 주기로 찾아 오는 대형 위기가 올해 우리 경제를 덮칠 거란 ‘10년 주기 위기설’까지 뚜렷한 근거 없이 떠돌고 있다.
대우조선발 위기론, 진실은?
우리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대외 요인을 제외하면 당장 당면한 위기는 대우조선의 유동성 우려다. 실제 대우조선은 4월 만기 회사채 4,400억원을 어떻게 갚을 지 현재 “막막하다” 할 만큼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 대우조선은 4월 4,400억원,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 등 올해 총 9,400억원의 회사채 상환을 해결해야 한다.
대우조선이 정부로부터 약속 받은 지원금 가운데 남은 돈은 7,000억원 가량. 이 돈으로 4월 회사채는 어떻게든 막을 수 있지만 “문제는 4월 이후”라는 게 최근 정부와 국책은행의 내부 분위기다. 당초 “추가 자금투입은 절대 없다”며 완강했던 정부와 채권단 방침도 최근 들어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지난 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으로 다분히 방향을 튼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월 이후 유동성 문제 해결에는 명확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에 신규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대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이달 중 대우조선에 대한 회계감리 결과를 내놓으면 새로 드러나는 회계조작 규모에 따라 대규모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달 공개되는 작년 회계감사보고서에 감사인이 ‘한정’ 의견을 달 경우, 국내 증시와 경제 전반에 대우조선 폭탄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위기설, “신기루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전후한 국내외 경제의 불안감 확대가 최근 위기설로 번진 측면이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위기설의 근거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 지수’가 최근 두 달 새 10.3포인트 급등한 48까지 치솟으며 자칫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52.8)를 넘어 역대 최대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87.6)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규림 연구위원은 “요즘 같은 불안 상황이 지속되면 ‘불확실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만큼 특히 국내의 정치 불확실성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는 걸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조속한 구조조정과 대외 통상ㆍ환율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대선 정국에서 인기영합적(포퓰리즘) 정책에 휘둘릴 경우 위기설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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