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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새 대통령 “우리가 美 대신할 희망의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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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새 대통령 “우리가 美 대신할 희망의 닻”

입력
2017.02.1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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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권 대신 도덕적 권위 가진 자리

“트럼프는 증오의 전도사” 비판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차기 대통령에 선출된 직후 연방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차기 대통령에 선출된 직후 연방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에 반대하고 극우 포퓰리즘을 배척해 온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61) 전 외교장관이 독일의 상징적 수반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소속정당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18년 만에 대통령을 배출하게 됐다.

슈타인마이어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대통령 선출을 위해 모인 선거인단 1,260명 가운데 931명의 지지를 얻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인단은 연방하원의원 630명과 16개주에서 선발된 동수 인원 630명으로 구성됐다. 슈타인마이어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집권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연합(CDUㆍCSU)과 그 대연정 파트너인 사민당 소속 선거인단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투표 이전부터 당선이 확실시됐다.

슈타인마이어는 내달 19일 요아힘 가우크 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을 계승해 5년 임기를 시작한다. 독일 대통령은 실권은 적지만 연방총리 임명 등 상징적인 역할을 맡으며 독일 정치권에서 도덕적 권위를 쥐고 있는 존재로 평가된다. 5년 임기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슈타인마이어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며 시장주의적 개혁안 ‘아젠다 2010’을 적극 입안한 인물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그의 머리 색에 빗대 ‘은발의 효율주의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5년 메르켈 총리가 사민당과 손을 잡은 1차 대연정 때는 외교장관을 지냈다. 2009년 총선에서 사민당 총리 후보로 나섰으나 패했고 2013년 메르켈 총리의 2차 대연정 때 다시 외교장관에 발탁돼 최근까지 활동했다.

슈타인마이어는 외교장관 재임 시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증오의 전도사’로 규정하고 일방주의 외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 내에서 독일대안당(AfD)을 필두로 유행 중인 우파 포퓰리즘에도 적대적이다.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는 그가 “반(反) 트럼프 행보를 걷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슈타인마이어는 당선 일성에서 독일을 미국을 대신할 ‘희망의 닻’으로 내세웠다. 그는 독일이 두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파시즘 정권을 수립한 국가에서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국가가 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세상의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모든 게 좋아서가 아니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제2 공영 ZDF 방송에 출연해 “미국과 공동의 근본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관계 재설정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슈타인마이어의 트레이드마크는 은발이다. 24세 때 각막궤양 진단을 받고 당시로서는 위험한 각막이식 수술을 무사히 치렀지만 후유증으로 금발이던 머리가 하룻밤 새 은발로 변했다. 2010년 신장질환에 시달리던 부인 엘케 뷔덴벤더의 이식 수술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내놓았던 사건을 계기로 정치인으로서 인기가 높아졌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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