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과정서 허위, 강압 드러나
검찰 재항고 대법 판단 남겨
무기수 최초 재심 관심 집중
“왜 노역을 거부하겠습니까? 난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할아버지, 아버지 산소에 당당히 가겠습니다.”
경찰의 강압수사로 1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무기수 김신혜(40ㆍ여)씨의 재심 결정이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법원의 개시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각 항고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더 이상 진실규명을 늦추지 말라”며 검찰에 재항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씨는 2000년 3월 자신을 성추행 한 아버지(당시 52세)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한 뒤 전남 완도의 한 버스 승강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아버지 앞으로 든 8개(3개는 해약)의 소액 생명보험이 유력한 살해 동기로 채택됐다.
김씨는 당시 범행을 자백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려고 거짓자백 했다”고 주장을 번복했다. 동생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과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2001년 3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는 이후 꾸준히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결수가 하기 마련인 노역 등을 자신은 무죄라며 일절 거부했고 거의 매년 탄원서를 쓰고 시민단체에 구명을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17년이나 자신의 무죄를 저렇게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의 주장에 대해 대한변협과 시민단체가 나섰고 결국 수사과정에서 강압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당시 반인권적 수사가 이뤄졌고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도 확인됐다”면서 “생명보험도 아버지가 3급 장애(소아마비)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사망하기 1∼2시간 전에 다량의 약물을 복용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부검 감정서와 70여 개의 새로운 증거, 외국 사례도 제출했다.
하지만 김씨가 재심을 받기 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 검찰의 재항고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고법의 재심 결정은 수사과정에서 위법성이 새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기 때문에 유죄를 두고도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1심부터 새로 시작해야 해 길게는 수년이 더 소요될 수 도 있다.
강 변호사는 “김씨의 재심결정은 무기수로서는 처음”이라며 “검찰은 형식적인 재항고를 하기 보다는 재심을 받아들여 조속히 재판정에서 사실을 다투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신혜 재심청원 시민연합’(대표 최성동)은 13일 오전 8시30분 광주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고법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법원이 제대로 했으니, 실체적 진실은 앞으로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기각)결과를 편지를 써 복역중인 김씨에게 등기로 부쳤다”고 좋아했다.
광주=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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