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13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재소환 조사키로 한 것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한 보강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는 방증이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이후 3주간의 보강 수사를 통해 법원이 요구하는 요건 충족에 주력해왔다. 법원은 당시 영장 기각 사유로 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와 ‘사실관계 및 법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를 들었다. 쟁점은 뇌물공여 혐의자인 이 부회장과 뇌물수수 혐의자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박근혜 대통령의 연관성 및 대가성 입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르ㆍK스포츠 재단 및 승마협회를 통한 최씨의 딸 정유라(21)씨 지원 등에 대해 ‘실무선에서 알아서 한 것이지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에 따라 특검은 재소환 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실무선에서 이루어진 최씨와의 대가성 거래를 인지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13일 이 부회장과 함께 승마협회장을 맡았던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과, 협회 부회장이었던 황성수(54) 전무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것도 이 부회장이 정씨에 대한 지원을 보고받았다는 점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검은 지난 9일 최씨를 불러 삼성과 연관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보강조사를 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 조사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에는 이 부회장 재소환과 영장청구 여부 결정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이후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갑자기 앞당겨진 측면도 있다. 일정 유출을 이유로 청와대가 대통령 대면조사를 틀면서 기약이 없어진 탓이다.
영장 기각 이후 보강수사도 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2일 “그 사이에 추가로 확인된 부분에 대해 이 부회장을 소환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검이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추가 확보한 직후인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전격 압수 수색한 것과 연관돼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 새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관련한 공정위의 삼성SDI 주식 처분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금융위의 상장 특혜 의혹이 그 대상이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삼성의 청탁에 따른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시 또는 도움이 있었는지 살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 측은 특검의 추가 혐의 조사와 관련해 어떤 부정한 청탁도, 특혜도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 재소환조사 후 영장 재청구를 할 경우 상당한 논란도 예상된다. 앞서 재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 저하와 국내기업 투자 위축은 물론 미국 정부의 해외부패방지법 (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에 의한 제재 가능성 등을 우려해왔다. 삼성은 물론 재계가 입장차가 극명한 사안에 대해 무리한 구속수사를 추진한다며 반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영장재청구는 특검에게 양날의 검인 동시에 자존심을 건 승부가 아닐 수 없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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