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ㆍ정체 두 후보
강경ㆍ중도 정체성 재강조 나서
이재명 “기각 땐 횃불로 싸워야”
안철수 “정치권은 제 할 일 해야”
지지율 하락과 정체로 각각 위기를 맞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강경 발언’과 ‘중도 성향’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강조하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 시장의 전략은 당내 경선 상대의 빈틈을 파고드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5ㆍ18 발언’과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구속 등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캠프 합류를 자진 철회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직접 거론, “시대착오적이며 반역사적인 인물까지 영입하려는 과열된 경선 분위기에 유감”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주장에 대해서도 “‘잡탕정권’을 만들어 어떻게 구체제 청산과 공정한 국가 건설이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시장의 강경 발언은 재벌과 헌법재판소로도 향했다. 그는 같은 날 ‘탄핵버스킹 in 광화문’ 행사에서 “삼성에 반드시 노조를 만들겠다”며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후 광화문 촛불집회와 12일 고향인 안동 방문 현장에서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하면 촛불 아니라 횃불을 들고라도 헌재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 “탄핵을 기각한 머슴(헌법재판관)을 주인인 국민이 해고하고 그 뜻에 배반하는 헌재도 탄핵해야 한다”고 연신 날을 세웠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안 전 대표는 11일 “헌재에 탄핵 판단을 맡기고 정치권은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독자 행보에 나섰다. 그는 촛불집회 진행 시간에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광장은 시민의 것”이라며 “정치권은 제도권 내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혁명’ 중요성 강조를 위해 12일 서울 영등포구청 융합인재교육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는 “정치권이 헌재를 압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른 야권 대선 주자들이 촛불 민심 재결집을 노리는 것과 달리, 안정적 변화를 원하는 중도층에 존재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과 안 전 대표의 정체성 강조는 곧 본격화될 각 당의 경선을 대비하는 중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탄핵안 가결 전후 15%대 지지율을 찍은 이후 하락세가 뚜렷한 이 시장은 경선 전 기존 지지세력을 재결집시킬 필요가 있다. 안 전 대표 역시 호남 당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천정배 전 대표와 국민주권개혁회의라는 세력을 가진 손학규 의장에 맞서기 위해 중도층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두 대선 주자의 차별화 전략은 이번 주에도 이어진다. 이 시장은 13일 군부대를 방문해 안보와 관련된 강경 발언을 내놓을 계획이며, 안 전 대표는 14일부터 대전과 충청 등 중원 공략에 나선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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