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29ㆍ대한항공)이 부상 탓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리허설을 아쉽게 마쳤다.
이승훈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 출전하지 않았다. 10일 남자 팀 추월 경기 중 넘어지면서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 정강이를 베이는 부상으로 8바늘을 꿰매 주 종목 출전을 포기했다.
부상 정도는 크지 않지만 몸 상태 관리 차원에서 대회를 일찌감치 마쳤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검진 결과 뼈나 근육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대회다. 이승훈은 결전의 땅에서 실전 레이스를 통해 경기장의 빙질과 주로, 분위기를 익힐 필요가 있었다. 특히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매스스타트 레인으로 활용하는 ‘웜업존’의 폭이 다른 경기장 보다 약 1m 정도 넓어 곡선 주로가 가파른데, 이는 쇼트트랙 출신 이승훈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인코스와 아웃코스에서만 레이스를 펼치는 일반 종목과 달리 웜업존까지 활용해 여러 선수가 함께 뛰는 매스스타트는 가파른 곡선 주로가 승부를 가를 포인트로 꼽힌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매스스타트를 할 때 코너에서 상대를 추월하는 부분에 장점이 있다”며 “코너가 가파르면 추월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 또한 “쇼트트랙 출신인 이승훈은 코너에서 나오는 기술이 탁월해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승훈은 남자 5,000m와 남자 1만m 출전권까지 반납하며 매스스타트 금메달 획득을 위해 집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훈은 갑작스러운 부상 탓에 실전 경기를 통해 환경을 몸에 익히고 작전을 짜야 할 기회를 놓쳤다. 이번 부상으로 오는 19일 개막하는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연맹 관계자는 “아시안게임까지 기간이 남아 있으나 스케이트를 타면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베인 상처가 더 벌어질 수 있다”며 “대회 출전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한편 ‘빙속 여제’ 이상화(28ㆍ스포츠토토)도 종아리에 통증이 있어 10일 주 종목 500m만 뛰고 11일 1,000m 레이스는 건너 뛰었다. 연맹 관계자는 “이상화가 오른쪽 종아리에 부담을 느껴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무릎과 종아리 부상을 안고 뛰었던 이상화는 재활과 훈련을 병행했다. 일찌감치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고 재활하면서 이번 세계선수권에 초점을 맞춘 결과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는 경기 후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면서 “아직 몸 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70%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시안게임까지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려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종아리 통증이 남아 있어 아시안게임보다 내년 올림픽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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