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대기업의 ‘편법 쪼개기 계약’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다수 기업은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그간 편법으로 1년 단위씩 끊어 근로계약을 맺어 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현대엔지니어링 기간제 근로자 구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구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여 체결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건설현장에서 감리원으로 일했던 구씨는 2005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현대엔지니어링과 11년 동안 총 14차례에 걸쳐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계약 만료 전에 일이 끝나거나, 한 달 이상 중지되면 근로계약을 종료한다’는 식으로 특정 업무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정해 계약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회사는 2015년 6월 구씨에게 근로관계를 종료한다고 통보했고, 이에 따른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 해고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한 구씨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사업에 필요한 기간을 정해둔 단서에 따라 근로계약을 맺어온 점에 비춰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쟁점이 된 부분은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기간제법)’의 예외조항이다. 기간제법은 회사가 2년 넘게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주 5일 근무제를 적용 받고 고용보장을 받는 등 정규직과 동일한 근로조건과 복지혜택을 받는다. 다만 이 법은 2년을 초과해서도 정규직 전환 없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다. 대법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이 조항을 악용해 10여 년 동안 구씨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기간제로 사용해왔을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 및 무기계약 근로자 전환 간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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