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명운동 등 분노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불법 이민자들의 통로’라는 오명을 들어온 멕시코가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을 예고한 가운데, 멕시코 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미국인들에게 비자 발급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국민 추방시 미 정부를 대상으로 한 법적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소송 독려 움직임도 거세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뉴스데일리,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멕시코에 입국하려는 미국인들에게 비자를 발급받게 하라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주 전부터 시작된 이 운동에는 지금까지 3만여명이 참여했다. “국제 관계에 있어 무엇보다 동등한 대우가 중요하다”, “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 받게 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 수입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게 청원 이유다. 미국인들은 현재 비자 없이 6개월 동안 멕시코에 체류할 수 있다.
또 멕시코 내 유력 인사들은 미국 내 자국 이민자들을 향해 추방 명령이 떨어지면 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소송을 대거 부추겨 업무를 마비시켜버리겠다는 것이다. 호르헤 카스타네다 전 외무장관은 “미국의 이민시스템 업무는 상당한데, 이를 2배, 3배 더 많아지게 하겠다는 뜻”이라며 “트럼프가 바보 같은 생각을 버릴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8일 미국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멕시코 출신 불법 체류자가 추방되면서 멕시코 정부도 미국 내 자국민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추방 위기에 놓인 이민자를 지원하기 위해 최근 5,000만달러의 예산을 주미 멕시코 영사관 50곳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이 자금이 자국민 법률 지원, 보석금 등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국경 장벽 건설 등 계속된 트럼프의 비우호적 정책에 멕시코인들의 분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에는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전국 20개 도시에서 ‘일어나라 멕시코’라는 구호 아래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린다.
채지선 기자 letmen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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