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시장규모 11조원대
업체 82%는 年 매출 1억 안돼
국내 게임업계 ‘빅3’ 업체로 회사 이름의 앞 글자가 같아 ‘3N’으로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국내 게임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면서 매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1조9,358억원)과 넷마블(1조5,061억원), 엔씨소프트(9,836억원)의 지난해 합산 연 매출은 4조4,255억원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정한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1조3,200억원인데, 이 중 40%를 3N이 쓸어 담은 셈이다. 이들의 점유율은 2015년(35%)보다 5%포인트 늘었다.
세 업체는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에 모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메이플스토리M’,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등을 앞세운 넥슨은 모바일 게임 매출이 전년보다 14.8% 늘어난 4,581억원이었다. 넷마블은 작년 12월 내놓은 ‘리니지2 레볼루션’이 2주 만에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돌풍을 일으켰고,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엔씨소프트는 넷마블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면서 수혜를 봤다.
대형 게임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게임업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앱) 시장조사업체 앱애니가 집계한 매출 상위 20위 게임 앱 중 중소업체들의 순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하고 있다. 1년 전(2월 첫째주 기준) ‘뮤오리진’으로 4위에 올랐던 웹젠은 올해 10위로 밀려났다.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는 2015년 6위에서 작년 12위, 올해 14위로 떨어졌다. 게임빌(9→14→18위)도 주저앉았고, 컴투스, 넥스트무브, 와이디온라인 등은 아예 올해 순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특히 올해 들어 넷마블(1ㆍ3ㆍ4위), 엔씨소프트(5위), 넥슨(6위)이 최상위권을 싹쓸이한데다 외산 게임 ‘포켓몬고’(2위)까지 가세해 중소 게임업체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졌다. 웹젠은 지난해 영업이익(753억원)이 전년보다 23% 감소했고, 선데이토즈도 전년보다 31.7% 줄어든 1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게임빌이 전년 대비 41% 영업이익을 늘리며 선방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4분기엔 적자전환했다. 영세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800여개 게임업체들 중 연매출 1억원 미만인 비율이 82%에 달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갈수록 둔화하고 있는 점도 위협적”이라며 “고급 인력과 자본을 가진 대형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게임업체들은 더 살아남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2015년 7.5%, 2016년 5.6% 성장했던 국내 게임 시장은 올해에는 2.9%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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