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3일 정기 임원인사
황각규, 새 경영혁신실장 유력
경영비리 지적받은 정책본부
규모와 인력 절반으로 줄이고
금융계열사는 독립적 운영
내달 1만4,000명 신규채용도

롯데그룹이 두 달 이상 미뤄온 계열사 정기 임원인사를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에 걸쳐 나눠 진행한다. 특히 지주사 전환을 앞둔 롯데는 이번 인사에 맞춰 94곳의 계열사를 ▦유통 ▦화학ㆍ건설 ▦식품ㆍ제조 ▦호텔ㆍ서비스 등 4개 사업부문(BU)으로 나눠 묶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내달 초 1만4,000명 규모의 신규채용에 나선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30여 곳은 21일부터 각 계열사 별로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연임, 교체 등의 임원 인사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롯데는 2015년부터 경영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임원인사 안건을 추인하는 절차를 밟아 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1일 화학과 식품계열사 이사회를 시작으로 23일까지 주요 30여개 계열사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이사회 승인이 나면 인사 명단도 확정되기 때문에 늦어도 24일까지 그룹 인사 절차는 모두 완료된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을 준비중인 롯데는 이번 인사에 맞춰 조직 개편도 단행키로 했다. 우선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정책본부가 ‘경영혁신실’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와 인력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검찰이 지난해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몸통으로 정책본부를 지목하면서 한 때 폐지론이 제기됐지만, 규모와 기능을 줄이는 선에서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94개 계열사를 사업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끼리 묶어 4개 사업부문(BU) 체제로 바꾸는 조직개편도 단행된다. 우선 그룹의 뿌리인 유통계열사는 별도 BU체제로 두고, 식품ㆍ제조 계열사는 하나의 BU체제로 묶어 관리한다. 또 화학ㆍ건설 계열사와 호텔ㆍ서비스 계열사도 각각의 BU 체제로 재편된다. 하지만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는 BU체제에 묶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지주사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 원칙을 고려한 조치다. 재계 관계자는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는 한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금융계열사의 분리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사에 맞춰 조직 재편이 이뤄지면서 이번 인사 폭은 어느 때보다 클 전망이다. 특히 신설되는 각 BU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누가 오를지도 관심이다. 우선 경영혁신실장에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 BU장에는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197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소 사장은 40년 간 그룹의 다양한 계열사에서 근무한 유통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현 사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화학ㆍ건설 BU장에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식품ㆍ제조 BU장에는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또 호텔ㆍ서비스BU은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이 꼽힌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이 끝나는 데로 1만4,000명에 달하는 신규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계열사 별로 신규 채용에 대한 수요가 많아 더 이상 채용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다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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