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15개 계열사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탈퇴했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립자가 1961년 전경련의 전신인 '한국경제협의회'를 설립하며 시작된 삼성과 전경련의 56년 인연도 마침표를 찍었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에스원이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전경련에 탈퇴원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6일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7일 삼성전기 삼성SDS와 금융계열사들이 전경련 탈퇴 절차를 밟았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호텔신라 제일기획은 9일 탈퇴해 삼성의 15개 계열사 모두 전경련과 남남이 됐다.
경제 성장기 재계 입장을 대변한 전경련은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사건,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엮이며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결정타를 맞았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전경련이 삼성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 대기업에서 774억원을 모금하는 창구 역할을 한 것이 드러나자 기업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LG그룹이 4대 그룹 중 처음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전경련 회비의 4분의 1이 넘는 133억원을 납부한 ‘최대 물주’ 삼성까지 탈퇴 행렬에 가세하며 결국 전경련은 와해 위기에 처했다.
전경련은 오는 17일 오전 11시 30분 비공개로 이사회를 열어 사업계획과 전년도 결산안, 올해 예산안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150여 개 회원사 중 몇 개 사나 참석할 지는 미지수다. 그간 이사회는 형식적인 절차로 열렸지만 이번엔 민감한 회비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정기총회는 통상 이사회와 1주일 정도 간격을 뒀던 것을 감안하면 24일쯤 개최 가능성이 크다. 정기총회에서는 허창수 회장의 후임을 선출해야 하는데 누가 차기 회장으로 나설지는 역시 미지수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