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동 350명 끝으로 수용 중단
독일은 부적격 신청자 신속 송환
헝가리도 “남쪽 장벽 추가 설치”
유럽 국가들의 반(反)난민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민통제 정책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유럽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최근 보호자 없는 난민 아동을 350명만 받고 수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둡스법에 따라 난민 아동 200명은 이미 입국했고 3월 말까지 150명이 더 들어올 예정인데, 이를 마지막으로 더는 난민 아동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난민 출신인 알프레드 둡스 영국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이 법은 영국 내 돌봐줄 친척이 없는 난민 아동도 입국이 가능하도록, 수용대상을 확대한 법이다. 지난해 5월 유럽 난민 위기에 대해 영국 역할을 강화해 달라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통과됐다. 애초 인권단체들은 아동 난민 프로그램으로 난민 아동 3,000명가량이 영국에 안식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난민 정책에 대한 영국의 역주행에 대해 WP는 “미국을 중심으로 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난민 수용 규모를 재고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난민 수용에 관대했던 독일도 최근 폐쇄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연방 정부와 16개 주 지도부가 범죄 기록 등이 남은 부적격 난민 신청자를 신속하게 송환하는 내용의 계획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안에는 베를린에 난민 송환 지원 센터를 설립하고, 자발적으로 귀국하는 난민에게는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올해 4선 연임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는 안보 우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 테러를 저지른 튀니지 출신 테러범은 난민 신청이 거부됐지만, 송환 작업이 늦어지는 틈에 테러를 자행했다. 이 밖에도 헝가리는 국경에 컨테이너 난민촌을 지어 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난민 유입이 늘어나면 남쪽 국경에 장벽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해 유럽연합(EU)의 난민 할당조치에 강하게 반대한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이기도 하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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